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 국익차원에서 봐야

입력
2014.07.29 20:00
0 0

지난 40여 년간 한국과 미국의 원자력 협력 관계를 뒷받침해 온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협상이 금년 중 타결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사용 후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 등 효과적인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인 공급, 원전 수출 증진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미국측 협상대표인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국부무 차관보가 사흘간 당국자간 소규모 협상 차 방한했다. 방한 기간 동안 컨트리맨 차관보는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미국 등에 원전의 핵심 설비를 공급하는 수출기업이다. 컨트리맨 차관보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발전상을 직접 체험하고, 우리의 원전 수출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새로운 협정에 담아주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40여 년 전 현행 한미 원자력 협력협정을 토대로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최초의 상업용 원전 고리 1호기를 도입했다. 이후 원전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2009년 UAE에 한국형 원전 4기와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올라섰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새로운 원전 건설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과거 40여 년간 이어져 왔던 미국과의 원전 산업 분야 협력은 제3국에 대한 원전 수출에 있어서도 여전히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UAE 원전 건설사업에서도 다양한 장비 및 부품 공급을 웨스팅하우스나 벡텔 등 미국 기업들이 맡고 있다. 우리의 원전 수출에 미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가 원전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했고, 많은 부속설비들을 국제경쟁입찰로 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장비와 부품, 기술을 배제하고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가격 경쟁력과 수주 경쟁력과도 연결된 문제이다. 미국 역시 한국이 해외 원전을 수주하면 미국 내 고용창출 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원전 시장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 세계 원전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해 치열한 수주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새로운 한미 원자력 협정은 어떤 모습이 돼야 할까.

우선 한미 원전 기업간 협력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전략적 차원에서 커다란 기본 틀과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간 협력을 장려하고, 원전 수출 시 한국과 미국 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제도화된 협의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략적 틀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우리의 해외 원전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 새로운 협정문에 많이 반영돼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공급되거나 미국으로부터 한국으로 수입돼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장비 및 부품 등 원자력 관련 품목은 미국의 수출통제 법규에 따른 수출허가가 필요하다. 이런 허가 절차가 더욱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새로운 협정문에서 보장한다면 해외 원전 건설 시 공기(工期)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등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산 원자력 품목을 수입해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경우 미국으로부터 재이전에 관한 사전동의를 받고 있는데, 새로운 한미 원자력 협정이 이러한 절차적 측면도 개선하게 된다면 우리 기업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교역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

그 동안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한 일부 언론과 여론의 관심은 우리의 원자력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농축과 재처리 문제에만 치우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한미간의 원자력 ‘협력’이라는 커다란 그림과 그 속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실익을 간과하게 할 우려가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무엇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인지, 무엇이 우리 기업들에게 실리적이고 긴요한 문제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손동영 한국SR전략연구소 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