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시대서 원두혁명 일궈
감성 마케팅으로 젊은층 즐겨 찾아
680개 매장에 하루 32만명 줄이어
생두 값 내렸는데 가격은 인상
허영심의 아이콘 논란 여전
1999년 4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가 처음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15년간 국내 커피문화는 그야말로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우선 ‘커피 2스푼, 커피 크리머(일명 프림) 2스푼, 설탕 1스푼’이 커피의 표준 레시피로 통용되며, 커피라면 당연히 인스턴트 커피나 커피믹스라던 통념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믹스커피와 원두커피의 비율은 9대 1로 여전히 믹스커피가 우위지만, 판매 금액으로 보면 6대4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두커피의 판매 비중보다 매출이 크게 높은 것은 대부분의 원두커피가 집이 아닌 가격이 높은 커피전문점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점심시간 커피전문점에 테이크아웃을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스타벅스가 원두커피와 함께 가져온 또 다른 문화는 바로 음료와 함께 공간을 판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커피란 오감을 총동원해 즐기는 것’이라는 문화를 창조하며 감성마케팅의 선두주자로 꼽혀왔다. 커피숍으로는 생소하게 셀프 서비스를 채택했고 오랜 기간 앉아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도록 해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박상선 성공회대 경영학과 교수는 “품질이 좋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품질이거나 일관성을 갖춰야 하는데, 스타벅스는 커피전문점들 가운데 처음으로 어느 매장에 가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인 커피를 제공해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맞춤형 고급 커피와 이야기를 나눌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제대로 만족시켰다는 것이다.
15년간 스타벅스는 매장 680개, 일 평균 32만명이 찾는 회사로 성장하며 원두커피 시장을 키웠다. 이후 커피 시장의 잠재성을 보고 하나 둘씩 뛰어들면서 현재는 카페베네,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커피,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커피빈, 이디야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혼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직영점으로만 운영을 하고 나머지는 가맹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반면 스타벅스는 ‘밥보다 비싼 커피’라는 냉소적 표현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6년 고가 브랜드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을 지칭하는 ‘된장녀’라는 단어가 유행했을 당시 된장녀의 소품 중 하나로 스타벅스 종이컵이 등장했을 정도로 스타벅스는 허영심의 동의어 취급을 받기도 했다.
스타벅스의 커피값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스타벅스는 최근 원두값 인상과 인건비, 임대료 등을 이유로 커피값을 평균 2.1% 올렸는데, 소비자단체들은 올 들어 국제 생두 값은 오히려 내렸고 스타벅스 매출에서 임차료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며 가격인상의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연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은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 산업 발전에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커피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많아지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그만큼 커져야 하는데 원두나 설탕 등 원가가 내렸는데도 가격은 인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건비나 임대료 등 인상요인이 있다고 하면 이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해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반감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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