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은 늘 불완전하다. 정보가 충분할 순 없다. 픽션이 아름다운 건 그래서다. 음모론은 다르다. 권위주의가 배양한다. 설명책임은 민주정부에 필수다. 속여도 그만인 시민은 없다.
“유(병언)씨 변사체 발견은 국과수 원장, 검경 수사 총책임자에게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 그러니 일반 국민이 불신을 갖고 의혹을 제기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 깊은 불신은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됐다. 막강한 공권력이 이렇게 무능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국민들은 공식 해명이나 발표를 믿지 않게 된다. 누군가 이런 일을 짜맞췄으리라는 음모론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불신의 늪에 빠져있는데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없다. (…) 박 대통령은 유씨가 숨진 뒤에도 공개 발언을 통해 5차례나 검거를 지시했다. 경찰이 시신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유씨 사망이 확인돼 대통령의 발언이 허언이 됐으면 국민에게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검찰과 경찰을 호되게 나무라든지 뭔가 매듭을 지어야 하는 거 아닌가. (…) 여론을 조작해 선거에 개입하고 멀쩡한 사람의 기록을 위조해 간첩을 만들려고 한 국가기관과 정부를 어떻게 국민들이 믿을 것이며, 그런 기관을 과감히 문책하려 하기 보다는 감싸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대통령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유병언 사건을 비롯한 정부에 대한 불신 현상은 그 누구도 아닌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그 한가운데에 박 대통령의 투명하지 못한 국정운영이 자리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를 못 믿는 이유(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대사건이 날 때마다 음모론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국가가 신뢰를 잃거나 사회 불신이 팽배할 때 음모의 환경은 조성된다. 음모론의 또 다른 요소는 혼란 정보다. 상식으로 납득이 가지 않고 불완전한 정보가 유통될 때 음모의 싹은 자라난다. 우리의 뇌에는 이야기회로가 있다.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논리적으로 조합해 이야기를 구성한다. 혼란 정보가 들어오면 뇌는 짜증을 낸다. 부조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상의 조각을 끼워넣어 이야기를 완성하려 한다. 그 조각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음모’라고 믿어버리면 뇌는 평온을 얻는다. (…) 1987년 8월 경기도 용인에서 벌어진 ‘오대양 집단변사’는 역대 의혹사건의 백미다. (…) 경찰은 집단자살이라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타살이라고 단정할 증거도 없었지만 강력한 음모론이 고개를 든다. (…) 오대양교와 금전관계가 있던 유병언도 배후로 의심받았다. (…) 유병언은 두 번째로 음모론의 주역이 됐다. 그의 변사사건도 음모론의 출현요건을 모두 갖추었다. 세월호라는 대사건, 신뢰를 잃어버린 국가, 검경이 연일 내놓는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수사 결과…, 우리의 뇌는 자연스럽게 상상의 조각을 끼워넣어 스토리텔링을 시작한다.”
-“유병언은 살아있다”(7월 25일자 중앙일보 ‘이규연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핵을 지고 살 순 없다. 하지만 북한은 포기할 의사가 없다. 서로 상대방이 당면 현안인 미중은 겨를이 없다. 결국 일본이 지렛대다. 어깃장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건 이해할 수 있으나 북핵을 이유로 부과된 제재가 잘못 다뤄지면 북핵 해결의 국제공조를 깨뜨릴 우려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7월4일 비공식 특별만찬을 한 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공개한 이 말에 북-일 관계를 바라보는 박 정권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대북정책의 목표가 북한을 망하게 하는 게 아니고 국제무대의 책임 있는 나라로 유도하는 것이라면 북-일 대화를 응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남북 간 불신의 골을 쉽게 메우기 어렵다면 일본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지금 한반도 주변의 각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북-일 대화만 빼고 모두 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북-일 관계는 한반도 평화 구축의 소중한 불씨가 될 수 있다. (…) 북-일 관계의 진전이 핵 및 미사일과 관련한 대북 포위망에 구멍을 낼 것이라는 우려도 쓸데없는 걱정이다. 이미 중국이라는 큰 구멍이 존재하는 상태에 일본의 작은 구멍이 더해진다 해서 큰 영향이 없는데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나라임을 내세우는 일본이 핵·미사일 문제의 진전 없이 페달을 함부로 밟을 리 없다. 또 일본이 납치 문제라는 인도적 사안을 고리로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활용해, 한-일 사이의 가장 중요한 인도 문제인 일본군 군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추급하는 동력으로 삼을 만하다. 너의 인도 문제가 중요하면 남의 인도 문제도 중요하다는 점을 말할 호기다.”
-‘북일 대화’를 응원한다(한겨레 기명 칼럼ㆍ오태규 논설위원실장) ☞ 전문 보기
“대북 강경파 아베 신조가 고이즈미 내각을 이어받았다. 고이즈미의 1차 평양방문을 수행했지만 대북 경제제재와 무력행사를 포함한 강경대응을 주장해 고이즈미의 발목을 잡았던 그다. (…) 다시 일본의 내각을 이끌게 된 아베 총리가 납치자 문제 해결 등 대북 접근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국내 정치적 목적 외에도 역사문제를 고리로 대일 공동전선을 형성한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북한은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에 시위하고 좀처럼 관계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은 남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데서 아베 정부와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 지금 아베 내각의 납치자 문제 접근은 한국 정부는 물론 중국과 미국의 강한 의구심을 사고 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에 아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독자적 대북제제 해제 등 일본의 대북 단독플레이는 대북 국제공조체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걱정과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자. 자신들의 핵 포기는 “실현될 수 없는 개꿈”이라고 버티는 북한이다. 궁극적인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을 가둘 수 있는 강력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 틀은 북일, 북미수교를 필요로 한다. 목하 진행 중인 북일 접근은 잘만 하면 두 나라의 의사와 상관 없이 북핵 문제 해결로 가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상황을 그렇게 이끌어갈 비전과 외교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꿈일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아베 정부의 납치자 협상이 엉뚱하게 북한의 4차 핵실험 빌미가 되지는 않게 해야 한다.”
-북핵 4차 핵실험을 막는 길(7월 8일자 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계성 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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