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아빠를 잃은 이스라엘 소녀의 눈에 차가운 눈물이 맺혔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는 팔레스타인 소년의 눈망울 속에서도 선명하다. 젖과 꿀 대신 파괴와 절망이 휩쓸고 있는 가나안 땅의 흔한 단상이다.
지난 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은 1천명이 넘는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부상자 수는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이고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도 16만 명에 이른다.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압도하면서 전쟁이라는 표현마저 어색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흘러왔다. 그러다 보니 당사자들이 처한 상황 역시 철저하게 대조적이다.
외신사진을 통해 전해지는 가자 지구의 상황은 처참하다. 포탄의 궤적이 매일 밤 하늘을 뒤덮고 비좁은 병원에는 중상을 입은 어린이 환자들이 넘친다. 자식 잃은 부모의 절규와 폐허가 된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 그 처절한 장면들 사이로 절망과 공포가 교차한다. 희생자의 무덤가에선 묘비명 대신 회색 벽돌만이 팔레스타인의 기구한 운명을 증언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이스라엘의 겉모습은 여유롭다. 잠깐의 인도적인 휴전 기간 동안 해변에 구름 인파가 몰리고 가자 지구를 향한 포탄 세례를 보며 환호하는 모습에는 세계가 경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희생자의 숫자가 적은 만큼 혈육을 잃은 당사자의 슬픔도 가벼운 것일까?
파편처럼 흩어진 전쟁의 일상 속에서 ‘다르지만 닮은’ 그들의 모습을 짝지어 보았다. 맞닿은 사진 속에서 슬픔과 고통, 공포의 감정은 모두 한 방향으로 흐른다. 인종과 종교, 전세의 유, 불리에 상관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한다. 수영복 차림의 이스라엘 젊은이들도, 수도 없이 공습에 시달려 온 팔레스타인 가족도 공습 사이렌이 이끄는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다음 공격을 위한 휴식과 언제 목표물이 될 지 모르는 불안한 낮잠이 짝 지어진 사진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
다르지만 닮은 그들의 모습에서 평화와 공존의 실마리를 상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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