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PEF) 1세대 변양호(사진) 보고펀드 대표가 LG실트론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기존에 6인 대표 체제였던 보고펀드는 변 대표의 퇴진으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사명도 바꿀 방침이다.
변 대표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고펀드가 투자를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LG실트론에 투자한 1호 펀드에는 LG실트론 외에 동양생명도 포함돼 있다”며 “수익률이 악화되면 동양생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고위 관료(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출신인 변 대표는 2005년 보고펀드를 창업해 운용규모가 2조원을 넘는 국내 대표 PEF로 성장시킨 주역. 하지만 2007년 LG실트론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면서 국내 사모펀드 중 처음으로 부도를 내는 수모를 겪었다.
변 대표는 그러나 LG측과의 책임 공방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11년 8월 구본무 LG그룹 회장 지시로 이사회가 LG실트론 상장에 반대하면서 투자 피해가 커졌다”며 “LG측 잘못으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책임 소재를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보고펀드는 LG그룹이 LG실트론 상장을 반대해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LG그룹도 배임 강요 및 명예훼손 혐의로 맞소송을 진행 중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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