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녀 12세 될 때까지 가능
포스코, 인사고과 불이익 없게 배려
KT는 불임 직원 1년 휴직제 운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책임인 이선영(36)씨는 올 봄 뜻 깊은 3개월의 육아 휴직 기간을 보내고 지난달 업무에 복귀했다. 큰 아이(8)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학교 생활 적응도 도와주고 그 동안 두 아이 봐주시면서 건강이 나빠지신 친정 어머니에게도 쉴 수 있는 시간을 드리기 위해서 과감히 휴직을 택했다. 특히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에게 친구도 없고 저도 동네 엄마들을 전혀 모르는 상태라 아이들이 많이 걱정됐다고 한다.
이씨는 “휴직 기간 동안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 봉사활동도 빠짐없이 나가며 학교에서 진행하는 영어페스티벌 자원봉사자 조장 역할도 해봤다”며 “엄마들과도 가까워지고 이제 우리 아이들을 아는 척 해주고 챙겨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건강을 되찾고, 둘째 역시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으로 더 많이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아 기뻤다고 한다.
이씨가 알찬 3개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만 12세가 될 때까지 휴직이 가능한 삼성전자만의 육아 휴직 제도 덕분이었다. 이씨는 “올해 초 정부가 육아 휴직 가능 연령을 만 8세까지 바꾼 반면 회사는 이미 2012년 만 12세로 확대했을 만큼 적극적”이라며 “워킹맘이 아이들 초등학교 때 딱 몇 개월만 챙겼으면 하지만 그러지 못해 고민하다 회사를 그만두기도 하는데 그런 걱정 없으니 다들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육아기 단축근무, 재택근무, 원격근무, 자율출퇴근제 등 회사 측이 임산부 직원이나 워킹맘을 위한 다양한 근무 형태를 마련해두고 직원들이 각자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종종 아침에 아이들 학교, 유치원 가는 거 도와주고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 병원 데려가는 정도는 어르신들 도움 없이도 가능하다.
특히 이씨는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여성 인력의 중요성과 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왜 필요한지를 계속 강조하기 때문에 동료들도 일과 육아를 함께 해갈 수 있게 서로 배려해 주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며 “그게 고마워서라도 돌아와서 회사에 대한 애정도 더 생기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휴직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사이 승진이나 고과에서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많은 게 사실. 올해로 입사 5년 차인 포스코 재무실 고모(가명)씨는 입사 2년 차에 임신하고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쓰고 지난해 6월 복직해 곧 있으면 대리 승진을 앞두고 있다. 고씨는 “업무 공백 기간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 때문에 승진이나 고과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출산, 육아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 여성 인력이 증가하면서 많은 기업들은 출산을 위한 뒷받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KT는 불임 증가라는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2005년부터 난임 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난임으로 고민하고 있는 여직원이 시험관 출산을 위해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인공수정이 필요하다는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면 최대 1년까지 휴직이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이 16% 수준이고 특히 대졸신입 공채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여성 비중은 40%를 넘을 정도이며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서비스 사업인 통신 사업에서 여성 고객을 이해하려면 여직원이 꼭 필요하고 유능한 여직원들이 육아와 가사 업무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다양한 방법으로 여직원들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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