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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열도 뒤흔든 '역대 흉악사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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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열도 뒤흔든 '역대 흉악사건 5'

입력
2014.07.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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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카사키 사세보시의 한 여고생이 동급생 친구를 살해한 뒤 사체까지 훼손한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은 치안이 좋은 편이지만 때때로 이런 흉악한 사건들이 발생해 세계를 놀라게 한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열도를 경악하게 한 형사범죄 사건 5건을 골랐다.

범행 발각 이전 TV인터뷰에 응하며 "피해자를 본 적도 없다"고 말하는 용의자.
범행 발각 이전 TV인터뷰에 응하며 "피해자를 본 적도 없다"고 말하는 용의자.

◆도쿄 고토구 여성 실종 사건

2008년 4월 거의 원룸에 가까운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고 있던 23세 회사원 여성이 연락이 끊기자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 여성이 살고 있는 호실 현관 앞에 약간의 핏자국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아파트 출입구의 감시카메라에도 실종 시점을 전후해서 이 여성이 드나든 모습이 담겨 있지 않았다. 단지 바깥으로 나간 흔적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 뒤인 5월 25일 경찰은 이 여성의 집 한 칸 건너 호실에 살고 있는 33세의 회사원 남성을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했다. 그 후 조사에서 이 남성은 사체훼손 및 유기 혐의로 다시 체포됐고 결국 사건 두 달 뒤 살인 혐의까지 추가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성폭행을 위해 여성을 집에서 납치해 자신의 방으로 데려간 뒤 살해했다. 사체를 조각조각 낸 뒤 일부는 하수도에 흘려서 버리고 또 일부는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로 버렸다. 경악할 일은 실종 직후 경찰의 탐문조사에 태연히 응한 것은 물론 방송사 등 언론의 취재도 피하지 않고 자신이 죽인 여성의 안부를 걱정했다는 점이다.

도치기 린치 살인 사건 피해자 스토 마사카즈(왼쪽), 주범 하기와라.
도치기 린치 살인 사건 피해자 스토 마사카즈(왼쪽), 주범 하기와라.

◆도치기 린치 살인 사건

1999년 12월 도치기현 야산에서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의 도치기공장에 근무하던 스토 마사카즈(19)가 린치를 당해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범인은 사건을 저지른 뒤 바로 자수한 도쿄의 고등학생 D(16)군과 19세 소년 3명. 피해자는 숨지기 약 두 달 전부터 이들에게 감금돼 돈을 뜯겨 왔다. 사채를 쓰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게 해 이들이 뜯어낸 돈은 모두 728만엔(7,400만원)이다. 이들은 이 돈을 먹고 마시고 노는데 썼다. 결국 더 이상 데리고 있다가는 범행이 들통나겠다고 생각한 이들은 피해자를 죽이고 주도면밀하게 증거를 은폐해 완전범죄를 노렸다. 산속에 파묻고 난 뒤 모여 “15년 도망가면 시효”라며 맥주잔으로 건배를 하기도 했다. 자수한 소년은 소년원으로 나머지 3명 중 두 명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고베신문사로 우송된 제2차 범행예고 쪽지.
고베신문사로 우송된 제2차 범행예고 쪽지.

◆고베 어린이 연쇄살인사건

1997년 5월에 효고현 고베시의 중학교 정문 앞에서 절단된 어린이의 머리가 발견됐다. 근처에서 실종된 11세 소년이었다. 이 소년의 머리는 입에서 귀까지 찢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범행선언문이 끼워져 있었다. 일주일 뒤 지역언론사인 고베신문사로 제2차 범행예고 쪽지가 날아들었다. 한 달 뒤 체포된 범인은 14세의 중학생이었다. 조사 결과 범인은 수개월 전 초등학교 여학생을 때려 숨지게 했고 그 외에도 3명에 중경상을 입혔다. 사람 죽이기를 즐겼던 셈이다. 범인은 가끔 동물학대행위를 했던 점이나 숨진 어린이를 알고 있는 점 등에서 당초 혐의점이 있었지만 너무 나이가 어려 수사 자체도 신중하게 진행됐고 범인으로 확인된 뒤에도 경찰의 협박에 의한 허위진술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신감정 결과 이 학생은 미분화된 성충동과 공격성이 결합돼 지속적으로 강한 가학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본 영상을 오랫동안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직관상(直觀像)소질’도 사건의 한 가지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치가와 일가족 살인 사건 현장이었다는 아파트 현재 모습
이치가와 일가족 살인 사건 현장이었다는 아파트 현재 모습

◆이치가와 일가족 살인 사건

1992년 2월 도쿄 인근 지바현 후나바시에 사는 19세 소년은 필리핀인 술집여종업원과 성관계를 한 뒤 조폭들에게 200만원을 내라는 협박을 받고 있었다. 돈 마련에 고민하던 그는 며칠 전 강간한 여고생(15)의 집에 들어가 강도짓을 해 돈을 구하기로 작정했다. 3월 5일 오후에 여고생의 집에 침입한 소년은 현금 8만엔을 뺏은 뒤 이 학생의 할머니(83세)를 목졸라 살해했다. 그 후 귀가한 여고생을 감금한 뒤 오후 7시께 돌아온 이 학생의 어머니(36)을 살해하고 여고생을 강간했다. 9시에 학생의 아버지(42)가 귀가하자 그도 살해한 뒤 예금통장을 빼앗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여고생의 여동생(4)마저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오전 9시가 넘어도 이 여고생의 아버지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회사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와 경찰관이 집안에서 범인을 체포하고 감금된 여고생을 구했다.

◆니가타 소녀 감금 사건

1990년 11월 니가타현 산죠시의 한 파출소에 근처에 사는 주부가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종신고를 했다. 그날부터 수색이 벌어졌지만 아이를 찾지 못했다.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그로부터 거의 10년 뒤 인근 가시와자키시에 사는 사토 노부유키(37)라는 남성의 집을 방문한 보건소 관계자가 그 집 2층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19세의 여성을 발견했다. 경찰이 이 여성을 조사한 결과 10년 전 산죠시에서 실종된 바로 그 아이였다. 사토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아이들 유인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함께 생활했다. 이 사건은 정신질환으로 폭력성향을 보이던 은둔형 외톨이가 저지른 희한한 범죄로 남아 있다.

일본이 범죄율이 높은 나라는 결코 아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인용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DOC) 통계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 가운데 일본은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를 UNDOC에 보고하는 나라 중 살인, 유괴, 강간, 강도 등 폭력범죄 발생률이 매우 낮은 나라에 속한다. 치안이 좋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서유럽이나 북유럽 보다 오히려 폭력 범죄율이 낮다.

UNDOC의 범죄ㆍ형사사법에 관한 제7차 조사(1998~2000년)에 따르면 일본은 인구 10만명 중 고의 살인 발생률이 0.50으로 관련 보고서를 제출한 71개국 중 아래에서 세 번째였다. 살인미수의 경우도 보고서를 제출한 52개국 중 역시 아래서 여섯 번째로 낮다. 강간발생률은 아래에서 열두 번째, 강도는 여덟 번째로 낮았다. 일본 경찰 집계에 따르면 형사범의 숫자는 2012년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고 살인 건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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