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공산당의 전ㆍ현직 간부가 매년 여름 바닷가인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휴가를 보내며 중요 안건 등도 논의하던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새로운 변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28일 “통상 1주일 가량 이어지던 베이다이허 회의가 지난해는 2, 3일만에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도 규모가 더 축소돼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베이다이허 회의란 당 고위 간부와 원로가 마오쩌둥(毛澤東)시절부터 매년 7월 말~8월초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피서지인 베이다이허에 모여 주요 안건이나 인사문제 등을 논의해 온 관행을 일컫는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확인된 적이 없지만 권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여서 국내외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곤 했다. 그러나 시 주석 시대에 들어선 그 위상이 급속도로 희미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시 주석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먼저 베이다이허 회의는 시 주석이 취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해 온 반(反)부패 운동 및 검약을 강조하는 풍조와 어울리지 않는다. 8항 규정 등을 하달, 호화 식당에서 연회를 열거나 고급 술을 마시는 것도 금지하고 있는 마당에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당 지도부가 단체로 휴가를 보내며 노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시 주석이 ‘원로들의 말씀정치’를 차단하기 위해 베이다이허 회의를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중앙정치국 회의를 통해 평상시에도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을 굳이 휴가지에 모여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원로들의 영향력이 개입되는 데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어르신들의 말씀 정치를 제도화해 보장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게 새 지도부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에 대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전ㆍ현직 지도부간 의견 불일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유명무실해지면서 통상 가을에 열리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더 커졌다. 홍콩 언론도 이르면 내달말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8기4중전회)가 열릴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소식통은 “이번 4중전회에선 법치 공안 사법 부문의 개혁 논의와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것”이라며 “법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공안의 권한을 줄이는 대신 검찰의 권한을 늘리는 쪽으로 문건 작업도 완료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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