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원생들 벌 주며 때려-원장은 CCTV 영상 숨겼다 발각
성난 학부모들, 교사 집단 폭행…경찰 40여명 있었지만 못 말려
지난 7일 부산 기장군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 두 명이 티격태격 다툼을 벌였다. 이를 말리고 화해시켜야 할 교사 A(30)씨는 돌연 아이 2명을 마주보게 하더니 서로를 때리도록 시켰다. 다섯 살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혹독한 벌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점심 배식 시간에 감사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밀치기 일쑤였고 일부러 밥을 늦게 주기도 했다.
지난 10일 피해 아동의 부모가 아이에게 전해 듣고는 도저히 참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유치원 이사장 B(54)씨와 원장 C(52)씨는 다음날 오전 증거를 없애겠다고 CCTV 녹화 영상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 2개를 다른 것으로 교체했다가 경찰에 발각됐다. CCTV 안에는 A교사의 또 다른 학대 장면과 함께 다른 여교사 3명이 어린이들의 엉덩이를 때리거나 얼굴을 밀치는 장면들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장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튿날인 11일 오후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에게 해당 CCTV 내용이 공개됐다. 어린 자녀가 학대 받는 걸 목격한 한 학부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실내화로 A교사의 얼굴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끌고 나갔다. 성난 다른 학부모까지 동참해 교사를 집단 폭행했다. 당시 현장엔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사태를 우려해 경찰 4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흥분한 학부모들을 바로 제지하지 못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 사실을 확인한 한 학부모는 23일 낮 목검을 들고 유치원으로 쳐들어갔다. 그는 많은 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대 교사들을 모두 칼로 찔러 죽이겠다”며 소동을 벌였다. 이 와중 말리던 교사 2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5월 2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5세 반 어린이 16명을 25차례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A교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D(23)씨 등 다른 여교사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학대 사실이 담긴 CCTV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유치원 이사장 B씨와 원장 C씨에 대해서도 아동복지법 위반과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해당 교사에 폭력을 행사한 학부모들에 대해서도 폭력행위 등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유치원 안팎에 설치된 64개 CCTV 녹화 영상을 정밀분석해 아동 학대로 의심될 만한 영상 28건을 발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24건이 신체 또는 정서 학대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CCTV에 녹화되지는 않았지만 원생 1명이 추가로 피해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문제의 유치원 CCTV 영상을 모두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보내 정밀 재분석을 의뢰, 추가 피해가 있으면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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