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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온라인 공론장은 검열의 만리장성과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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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온라인 공론장은 검열의 만리장성과 숨바꼭질

입력
2014.07.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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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통해 부패 폭로 등 거세지자 中, 정부 만리장성 방화벽 만들어

페북·유튜브 등 서비스 126곳 차단 개별 콘텐츠는 황금방패로 막아 내

강력해진 검열로 웨이보 이용 줄자 보다 적발 어려운 위챗 사용자 급증

홍콩 거리에 아르헨티나 유명 축구선수 메시를 모델로 한 중국 메신저서비스 위챗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홍콩 거리에 아르헨티나 유명 축구선수 메시를 모델로 한 중국 메신저서비스 위챗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지난해 6월 중국어권 단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5월 35일’이라는 해시태그(검색 편의를 위해 사용자들이 부착하는 공통 키워드)가 난데없이 광범위하게 출몰했다.

새로운 달력이 발명된 것도 아니고, 무슨 특이한 마케팅 캠페인도 아니었다. 중국 시민들이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운동을 함께 기리고 싶은데, 그 키워드를 사용하면 공안 당국의 검열에 삭제되기에 생각해낸 것이었다. 천안문에 대한 관심 환기와 검열에 대한 항의를 동시에 표시하는 묘수로 큰 환영을 얻었는데, 물론 오래지 않아 다시 검열의 철퇴를 맞고 삭제됐다.

인터넷이 일상적으로 보급된 사회라면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인터넷으로 많은 소통을 한다. 그리고 그런 온라인 공론장의 일부는 시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사회 변혁의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권위주의 정권의 과제는, 인터넷의 상업적 가능성은 한껏 활용하되 사회 변혁의 에너지는 가급적 묶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체산업 공간으로서 인터넷을 돋보이게 만드는 장점인 분산된 망, 자유로운 접속, 멀티미디어, 광범위한 실시간 다방향 전파 같은 것들은 고스란히 사회운동에도 큰 힘이 되어준다. 즉 보급과 사용 수준이 높을수록, 한쪽만 분리해서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집요하게 최선을 다해서 권위주의 통치를 계속하고자 하는 불굴의 사례가 바로 중국 정부다.

온라인 검열 거대한 내수 덕에 가능

중국의 온라인서비스를 논할 때는 늘 검열이라는 이슈가 중심에 놓인다. 점차 왓츠앱, 카카오톡 등 메신저 방식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적 트렌드지만, 중국에서 웨이보를 위시한 SNS 사용자가 크게 줄어들고 그 대신 메신저 서비스 위챗이 부흥하고 있는 것을 두고 검열 이슈를 거론하지 않는 이는 드물다.

국내법과 맞지 않아 해외 서비스업체를 규제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중국에서 최근 라인과 카카오톡 서비스를 중지시켰던 것은 결국 검열 문제다. 그만큼 검열은 중국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고, 시민들에게는 저항 요인이다. 특히 검열 대상인 정치 소재에는 권리 요구, 소수민족 독립운동, 관료 부패 폭로 등 정권의 기득권 유지에 방해되는 거의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중국이 인터넷의 산업적 장점을 포기하지 않고도 국가 단위의 검열을 고집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인구 덕분에 내수만으로도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CNNIC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으로 인터넷 사용자가 이미 6억3,200만명에 달하고, 그조차 아직 전체 인구의 46% 밖에 안 돼 성장 여력도 풍부하다. 한쪽으로는 방대한 시장성을 노린 해외 서비스들이 중국 진출을 위해 검열 요구에 응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해외 유명서비스와 유사한 국내 후발주자 업체가 정부의 직접적 통제권 안에서 널리 사용된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 기술과 제도를 1990년대 말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 개발했는데, 사이트들을 아예 전국적으로 차단해버리는 속칭 ‘만리장성 방화벽’과 개별서비스에 오가는 개별 콘텐츠의 내용을 검열하는 ‘황금방패’가 주축이 된다. 그 외에도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인터넷 발언에 대한 법적 처벌이 다반사다. 중국의 온라인 검열 현황을 추적하는 ‘greatfire.org’에 의하면 만리장성 방화벽은 인터넷 전체에서 가장 활발하게 방문 받는 1,000여개 사이트 가운데 무려 126개가 중국에서는 차단돼 있다. 그 중에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나머지 세계 사람들이 애용하는 주요 서비스들이 당연하다는 듯 포함돼 있다.

황금방패의 경우는 인터넷 소통의 규모로 볼 때 훨씬 난해한 과제인데, 기계화된 키워드 자동 탐지와 방대한 모니터 인력팀에 의한 수동 적발이 결합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개별 서비스업체의 영업 조건으로 아예 특정 키워드를 차단하도록 하기도 하여 ‘사악하게 굴지 말자’라는 표어의 구글 조차 2010년까지는 중국 정부에 민감한 정보를 검색금지어로 지정했었다. 네이버 라인 역시 중국에서 500여 키워드에 대해 검열 조치를 해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검열을 피하는 방법, 기술과 풍자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어떻게 검열에 저항하며 온라인 공론장을 지켜낼 것인가. 한 가지는 기술적 저항이다. 해외 프록시로 접속 국가를 속이고, TOR 등 익명화 접속 기술을 활용하고, 가상사설망으로 검열의 눈길을 가리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 저항의 약점은 바로 정부가 결국 기술적 우회로를 막을 대책을 만든다는 것이다. 프록시 서버 목록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패킷 필터링으로 익명화 통신의 코드 패턴을 적발해 통째로 차단해버리고, 2012년부터는 가상사설망도 발견하는 족족 닫아버린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큰 약점은 바로 기술적 숙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제한되어, 정치 사안에 대한 정보와 의견들이 사회 변혁에 필요한 수준으로 널리 보급되기 어렵다.

또다른 저항의 방법은 바로 우회적 풍자다. 2009년 무렵 중국 인터넷 등지에는 ‘차오니마(草泥馬)’라는 환상의 동물이라며 알파카 동물 사진이 널리 출몰하여 급기야 봉제인형까지 제작되는 등 큰 유행이 됐던 적이 있다. 이것은 사실은 상대의 어머니를 욕보이는 욕설과 비슷한 독음으로, 문화적 검열을 피해 마음껏 쌍욕을 날리고 싶어 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해방감을 주었던 것이다.

이런 접근은 불온한 유행을 적발하여 검열에 나서기까지 적지 않은 시차가 발생하고, 또한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기발하게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발휘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회적 풍자의 약점은, 풍자는 기본적으로 공동의 취향 코드, 특히 웃음과 모욕의 미묘한 경계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이 방법도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크게 제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검열에 구멍이 뚫리며 시민들이 그 틈에 사회적 힘이 있는 공론장을 선보이는 것은 바로 사용 방식이 다른 새 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순간이다. 기존 포털사이트의 게시판 위주 사용 방식과 확연히 다른 타임라인형 서비스 웨이보가 폭발적으로 보급되자, 당국의 검열 기술은 한동안 새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했다. 어디서나 쉽게 올리는 간편한 발언 방식, 빠르고 쉽게 볼 수 있는 단문과 사진들, 무엇보다 빠르고 넓은 전파력 덕분에 웨이보는 지난 몇 년간 공론장의 기능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부실 건축, 강제 철거 등 지역 행정의 부패를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많은 사례를 남기며 민주적 참여 증진의 동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11년에40명의 사망자를 낸 고속철도 충돌 사고 당시에도, 웨이보는 사고 현장의 속보부터 당국의 안전 불감증 및 부실 대응에 대한 분노 결집과 공개적 토로의 장이 됐다.

왓츠앱, 페이스북, 위챗의 모바일 앱.
왓츠앱, 페이스북, 위챗의 모바일 앱.

개혁 갈증 웨이보에서 위챗으로

하지만 중국 정부는 검열 정책을 버리기보다는 강화하는 쪽을 고수했고, 결국 키워드 검색 삭제 능력이 향상되고 처벌 기준이 강화됐다. 그러자 그 대신 새롭게 온라인 공론장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2011년에 서비스를 개시하고 2년 만에 가입자 3억명을 돌파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 위챗이다.

채팅방 기능을 통해 다수에게 메시지와 사진 등을 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웨이보 포스팅에 특화된 정부 검열팀의 모니터링 방식으로는 적발이 어렵다. 웨이보에 비해 즉각적인 폭발적 확산력은 떨어지고 비슷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들 사이에 갇힐 위험도 무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검열이 덜 강력하다는 장점이 그만큼 대단한 셈이다. 당국은 이에 대응하여 전송 불가 키워드를 업체를 통해 강제했고 해외 서비스들을 차단했지만, 아직까지는 시민들의 토론을 효과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물론 사회 변혁은 공론장이 만드는 여론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 실제 조직화를 하고 행동으로 이어가는 것은 난관이 더욱 많다. 하지만 그 이전에 사회적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솔직한 정보와 의견을 유통하는 공간을 가지는 것조차 이토록 어렵다. 시민들의 개혁 갈증과 권위주의 세력의 검열 의지, 어느 한 쪽이 완전히 꺾여버리지 않는 한 계속될 제압되느냐 진화하느냐의 치열한 공방의 현장이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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