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연구진 한국파마에 기술이전…"상용화 시기상조" 지적도
치매 치료 가능성이 동물실험으로 확인된 신물질 제조 기술이 국내 제약사에 이전된다. 환자는 급증하는데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을 한국 제약업계가 앞장서 돌파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경상대 치매제어 기술개발 융합연구단은 “국내 자생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단백질이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을 촉진시키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파마에 기술을 이전했다”고 28일 밝혔다. 기술이전 대가로 연구단은 계약금 20억원과 총 매출액의 6%를 받기로 했다.
이미 치매 환자들에게 쓰이는 약은 3가지가 나와 있다. 그러나 “증상을 일부 완화시키거나 병의 진행 속도를 다소 늦춰주는 정도의 효과를 낼 뿐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는 게 김명옥(경상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단장의 설명이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증상이 나타나기까지의 메커니즘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메커니즘에 작용하는 물질을 약으로 개발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고, 일부 효과가 나타난다 해도 다른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연구단이 찾아낸 천연 단백질은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독성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어 화학적으로 합성한 기존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에 걸린 실험용 쥐를 이용해 진행한 다양한 실험에서 치매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보인 만큼 상용화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연구단은 기대하고 있다.
이를테면 치매 쥐에게 이 단백질을 주사했더니 치매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이 원활해졌다는 것이다. 다른 장기의 세포와 달리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돼 끊임없이 정보와 자극을 주고받는다. 이런 신호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신경세포는 기능이 떨어지다 결국 사멸에 이르게 된다. 또 이번 천연 단백질을 주사한 치매 쥐는 주사하지 않은 치매 쥐보다 목적지를 2배 이상 잘 찾아간다는 사실도 연구단은 확인했다.
김 단장은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치매 환자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라며 “이번 천연 단백질이 치매 치료제로 상용화한다면 세계 10조원 규모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나왔지만 임상시험 등 실제 상용화로 가는 단계에서 효능 불분명이나 안전성 등의 문제로 개발이 중단된 물질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또 이번 천연 단백질의 효과가 실제 인체에서는 기존 약들처럼 증상 완화에서 그칠지 근본적인 치료에까지 미칠지 장담하긴 아직 이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국내 치매 환자는 약 52만2,000명으로 이들에게 드는 비용만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2040년이면 환자는 168만5,000명, 비용은 78조4,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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