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병 민심 르포
선관위 “새누리 김용남 후보 재산 축소 신고”결정
“당을 보면 1번인데 인물을 보면 2번인 것 같아 고민이다.”
27일 수원병(팔달) 주민들은 경기지사 출신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여전히 ‘손 지사’라고 부르며 호감을 표하면서도 막상 당 얘기를 꺼내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옛 도심을 끼고 있는 팔달 지역은 14대 총선 이후 내리 22년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정도로 수원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치 신인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가 야권의 거물인 손 후보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접전을 펼치는 배경이다.
여당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새정치연합의 손 후보가 확연히 앞서는 듯했다. 지동시장에서 만난 김모(57ㆍ자영업)씨는 “선거 초반엔 무조건 1번을 찍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손 후보가 시장을 한번 다녀간 이후로 ‘손 지사를 찍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야권연대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탑동에 사는 오모(61)씨는 “서울 동작을에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사퇴하니까 수원에서 정의당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걸 보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야당의 그런 행태가 싫어서라도 새누리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낙후된 옛 도심인 팔달에선 ‘지역 개발’이 주요 관심사였다. 권미선(57ㆍ주부)씨는 “수원 토박이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를 지역일꾼으로 뽑아야 대통령은 물론 남경필 지사 덕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인계동에 거주하는 박종수(54)씨는 “손 후보가 당선되면 중앙정치에 더 목을 맬 것”이라며 “팔달에 필요한 인물은 지역에 정통한 김 후보”라고 했다. 이에 맞춰 새누리당 김 후보는 철저하게 ‘지역일꾼론’을 강조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손 후보는 지역 현안에도 ‘큰 인물론’을 앞세워 맞대응하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이 “지역 발전에는 검증된 큰 인물이 제격”이라며 호응하는 분위기도 감지할 수 있었다. 수원역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효실(49)씨는 “남경필 지사가 20년 가까이 국회의원을 하면서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번엔 손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는 큰 변수가 아닌 듯했다. 김영호(57)씨는 “심판론을 거론하는 야당의 주장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반면, 회사원 이모(31)씨는 “어수선한 정국에서는 손 후보처럼 정치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경기도 선관위는 이날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가 재산(5억3,000만원) 축소 신고한 것으로 판단해 28일부터 해당 사실을 투표구에 게시하는 것은 물론 선거일인 30일에도 투표소 입구에 벽보를 부착하기로 결정했다. 수원=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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