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화상경마장 인근 성심여고 방문 "마사회 이윤보다 학생 미래가 우선"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으로 지역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학교 인근의 유해업소에 대한 ‘교육영향평가’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해 온 것과는 반대로 시교육청이 유해시설 규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27일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인근 성심여고를 방문, “대형 사행산업과 같은 반교육적 시설이 들어설 때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벗어나더라도 엄정한 교육영향평가를 하도록 시의회, 국회와 협의해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해업소가 교육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교육청, 학교 등과 협의한 후 이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학교 근처에는 들어설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또 “기존 정화구역의 절대정화구역(학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 이내), 상대정화구역(200m 이내)과는 조금 다른 500m 정도까지 교육영향을 평가하는 통합보호구역을 신설하거나, 상대정화구역을 250m까지 확장하는 방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화구역이 확대될 경우 호텔 경마 등 사업자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 한국마사회가 6월 개장한 용산 화상경마장만 해도 인근 학교들의 정화구역 한계인 200m를 벗어나 있어 현재로선 법적 문제가 없지만, 성심여고가 불과 235m 거리에 있고 비슷한 거리에 성심여중, 원효초, 계성유치원 등이 위치해있다. 확대되는 정화구역을 소급적용할 수는 없지만 화상경마장 이전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조 교육감은 “마사회의 이윤보다는 교육이 우선이고, 학생들의 미래가 우선”이라며 “마사회가 이윤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할 게 아니라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경마, 경륜, 경정 등의 경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벗어나더라도 교육영향평가가 이뤄져 법적 제재가 있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도심지역에 위치한 장외발매소는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이전할 때 주거지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정부정책(사행산업건전발전종합대책)에도 위배된다”며 “교육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우리 사회의 중요한 권익을 저해하지 않는지 지금이라도 마사회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학교 주변 유해시설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무산됐던 대한항공의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지난해 교육부는 투자활성화 명목으로 숙박시설도 학교 인근에 건립을 원하면 해당 사업체가 승인권을 가진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에 사업계획을 설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또 정화구역 내에도 단란주점 등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건립할 수 있게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학교 주변이라도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되면 단란주점이나 호텔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돼 있다. 조 교육감이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학교 주변 호텔 건설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이현주기자 memorybox@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