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5일 “서울지역 자립형사립고(자사고) 25곳 가운데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14곳의 지정 취소(일반고 전환)를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사고 신입생을 2016학년도부터 추첨으로만 선발하는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자사고 정책 구상은 일단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할 만하다.
자사고 지정 취소연기는 자사고 측의 거센 반발과 절차상 부담 등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올해 재평가 대상 학교 전체에 대해 지정 취소를 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자사고 지정 취소에 앞서 요구되는 청문 절차와 교육부 협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도 자사고 신입생 모집요강 공고일인 8월 13일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이 조 교육감 취임 후 실시한 자사고 2차 평가 항목의 타당성을 놓고 “의도적으로 나쁜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지표가 편향돼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재지정 취소 절차를 강행할 경우 입시혼란은 물론 정당성까지 훼손된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점이 재발되지 않도록 향후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지표를 만들어 재평가에 적용해야 한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 취소와 별개로 자사고의 부정적 영향을 축소하는 정책으로 학생선발권 박탈 방침을 제시했다. 자사고 신입생 전원을 추첨으로만 뽑는 이 방식은 교육부가 지난해 ‘일반고 살리기 대책’으로 추진했던 방안이다. 그러나 자사고가 반발하자 1단계로 1.5배수를 추첨한 뒤 2단계로 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우수학생 선점으로 인한 일반고 황폐화가 자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자사고 추첨배정 방식은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교육부로서도 지난해 자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했던 터라 반대할 명분이 없다. 문제는 자사고의 반발이지만 우선추첨 선발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자사고의 설립 목적에 맞게 학교를 운영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폐지 연기로 교육청과 자사고 간 갈등은 당분간 가라앉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정원을 채우지 못해 내심 일반고 전환을 희망하는 자사고들이 적극적으로 전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교육청은 효율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사고 선발권 폐지 방침을 둘러싸고 다시 자사고와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많은 만큼 교육당국은 자사고와 충분한 대화, 설득과 지원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