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이은 AI, 방역체계 허점 찾아야
전남 함평의 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확인됐다. 지난달 17일과 25일 전남 무안과 경기 안성의 오리농장에서 각각 발생한 후 한 달 남짓 만에 다시 AI가 발생함에 따라 이제나저제나 했던 AI 종식 선언이 또 늦춰지게 됐다. 경북 의성의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AI까지 다시 발생했으니, 방역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방역체계를 한결 촘촘하게 다듬어야 할 당국의 책임감과 함께 농가의 적극적 방역노력과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삼복 더위에 발생한 함평의 AI는 ‘기온상승=AI종식’이라는 상식의 붕괴를 뚜렷이 확인했다. 앞서 1월 전북 고창에서 발생해 전국적으로 번진 AI는 봄이 다 가도록 끊이지 않는 바람에 ‘토착형’ 우려를 낳았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6월에도 강원 횡성과 대구 달성, 전남 무안, 경기 안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중복 직전에까지 발생했으니, AI는 겨울철 전염병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어버린 때문이다. 따라서 ‘11월~이듬해 2월’에서 ‘10월~이듬해 6월말’로 한 차례 확장된 바 있는 AI 특별방역기간을 사실상 ‘1년 내내’로 상시화해 마땅하다. 그만큼 당국과 가금류 사육 농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함평에서 확인된 AI 바이러스는 올 들어 발생한 전국적 AI와 같은 H5N8형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 발생했던 AI의 H5N1형과 크게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 동부지역 AI바이러스 유전자의 재조합 결과라는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국내에서의 유전자 재조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행히 H5N1형보다는 병원성과 전파능력이 떨어져 폭발적 전염과 피해 확산은 피할 수 있었다지만, 방역당국이 서둘러 바이러스 특성과 전파경로를 확인해 정확한 대책에 나서길 바란다.
경북 의성의 구제역 발생 농가가 돼지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듯, 함평 오리농가도 AI 경계ㆍ주의에 무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축출하용 가금이동 승인서를 발급하기 위한 전남 축산위생시험소의 검사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됐다. 농가의 자발적 가축 질병 감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지역 축산위생 당국의 철저한 검역 절차가 없었다면 AI에 감염된 오리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수도 있었다. 농가의 부주의에 아찔해졌다가, 축산위생 당국의 든든한 태세에 가슴을 쓸어 내린다. 궁극적 소비자 신뢰는 농가와 당국의 이중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할 때나 가능한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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