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비리 중 역대 최고액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에서 대규모 입찰 담합을 한 건설사 28곳에 과징금 4,355억원이 부과됐다. 이는 건설 입찰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며 전체 입찰 담합 사건 중 역대 2위다.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해 낙찰 받아 진행중인 사업 규모는 총 3조5,980억원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9년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발주한 13개 공구에서 입찰 담합을 한 대림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SK건설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28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479억원을 부과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중 담합을 주도한 7개사 담당 임원 7명과 15개 건설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하지만 담합 사실을 1순위로 자진신고(리니언시)한 삼성물산은 과징금을 100% 면제 받는 것은 물론 검찰 고발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대안 및 턴키(Turn-key) 방식으로 발주된 3개 공구 및 차량기지 공사에서 입찰 담합을 벌인 경남기업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11개사에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76억원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이중 죄질이 나쁜 9개사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 13개 공구 입찰 담합 업체들은 사전 모의를 통해 공구별 낙찰자를 선정했다. 건설사 21곳은 2009년 7월 1차 입찰공고일 한 달 전 13개 공구를 3개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배정될 공구수를 정하고, 추첨을 통해 각 공구별 낙찰 예정자를 뽑았다. 나머지 건설사들은 일부러 높은 투찰가를 부르는 ‘들러리’ 역할을 맡았다. 낙찰예정자 13개사는 사전 합의대로 입찰가격이 설계금액 대비 76%대가 되도록 투찰, 전원 낙찰을 받아냈다.
3개 대안 공구 및 차량기지 공사는 공구별 나눠먹기는 적발되지 않았지만 각 공구별 입찰 담합 행위가 적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수십 곳이 한 곳도 예외 없이 담합에 참여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충북 오송-전북 익산-광주 송정을 잇는 총 길이 184㎞의 고속철도망 구축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8조3,529억원이다. 2006년 추진돼 올해 말 완공이 목표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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