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회화·설치·퍼포먼스… 한국 현대미술 오늘과 내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회화·설치·퍼포먼스… 한국 현대미술 오늘과 내일

입력
2014.07.27 17:17
0 0

아트 스펙트럼 출신 작가 7명과 그들이 추천한 신진 7명 작품 한자리

지니서 ‘리버스(Rivers)’. 전시장의 두 기둥을 134개의 가죽 끈으로 팽팽하게 연결해 공간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지니서 ‘리버스(Rivers)’. 전시장의 두 기둥을 134개의 가죽 끈으로 팽팽하게 연결해 공간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진’과 ‘정성’, 둘로 분해된 진정성. 미나와 사사의 출품작 ‘라이프 세이버스(Life Savers) 2014’의 일부. 가변크기
‘진’과 ‘정성’, 둘로 분해된 진정성. 미나와 사사의 출품작 ‘라이프 세이버스(Life Savers) 2014’의 일부. 가변크기

미술관이나 화랑이 기획해서 작가 여러 명이 참여하는 전시는 주제에 맞춰 기획자가 작가를 선정해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자매 미술관인 플라토에서 24일 개막한 ‘스펙트럼-스펙트럼’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리움의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아트 스펙트럼 출신 작가 7명(팀)이 역량 있는 신진 작가 7명(팀)을 추천해서 구성한 전시다. 추천한 작가와 추천 받은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두 개의 스펙트럼이 교차하는 양상을 띤다. 회화, 설치, 디자인,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볼 수 있다.

리움의 아트 스펙트럼은 2001년 시작해 올해 5회까지 48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격년제를 표방했으나 미술관 사정으로 3회 전시는 3년 만인 2006년 열렸고 2008, 2010년은 건너 뛰었다. 곡절을 겪긴 했지만,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자리로 주목을 받아 왔다.

리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 추천을 맡은 작가들은 평소 친분이 있고 없고를 떠나 작품에 대한 생각과 열정만 보고 동료 작가를 추천했다. 김범, 미나와 사사(박미나+Sasa[44]), 지니서, 오인환, 이동기, 이형구, 정수진이 각각 길종상가(박길종+김윤하+송대영), 슬기와 민(최슬기+최성민), 홍영인, 이미혜, 이주리, 정지현, 경현수를 추천했다.

만화 캐릭터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아토마우스’로 잘 알려진 작가 이동기가 추천한 이주리는 신체 일부가 절단된 인물들이 출몰하는 그로테스크한 그림과 애니메이션으로 내면의 무의식과 현실의 부조리를 끄집어낸다.

따로 또 함께 작업해 온 미나와 사사가 출품한 ‘라이프 세이버스(Life Savers) 2014’는 미술과 현실에 대한 강력한 반성 혹은 고민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 가장 화제가 된 온라인 검색어 중 하나인 ‘진정성’을 ‘진’과 ‘정성’ 둘로 분해한 텍스트 작업, 미국 구명 튜브 모양의 박하사탕 ‘라이프 세이버스’를 확대한 오브제, 전시장 출구를 가리키는 24개의 화살표로 이뤄진 작품이다. 벽면 가득 거대한 글씨로 ‘진’한 글자를 쓰고, 꺾여 이어진 벽에는 손글씨로 700번 ‘정성’을 썼다.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뻔뻔할 만큼 크게 쓴 ‘진’은 ‘참되다’는 본래 의미와는 정반대로 새빨간 거짓말을 생각하게 한다. 전시장에서 빠져 나가려는 아우성처럼 보이는 24개의 화살표는 우리 사회의 출구를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미나와 사사가 추천한 디자인 듀오 슬기와 민의 작품 ‘수정주의’는 아트 스펙트럼의 1~5회 전시를 알리는 세 가지 버전의 포스터다. 이미 끝난 전시의 주문 받지 않은 포스터를 디자인함으로써 대안적인 역사를 시도했다.

지니서는 플라토의 글래스 파빌리온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 넣는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로비의 두 기둥을 가죽 끈으로 연결해 공간을 장악했다.

같은 공간에 정지현은 지구 어딘가에서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삶과 죽음을 세는 카운터가 달린 흑연 막대기를 매달았다. 종소리가 날 때마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명함 크기의 종이조각은 그의 또 다른 작품의 일부다. ‘빛과 중력의 계약을 잊지 않기로’라는 문구가 종이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하나의 주제로 묶은 전시가 아니어서 작품이 제각각이고 작가마다 접근 방식도 다 다르지만, 덕분에 그만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요즘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무엇을 고민을 하고 어떻게 풀어가는지 궁금하다면 가볼 만한 전시다. 10월 12일까지.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