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다큐 프로그램에 목소리 경쟁
육아예능엔 남녀 대결도 흥미 더해
심각한 내용도 익숙한 음성으로 긴장↓
방송사는 프로그램 홍보수단 삼기도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는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다. 고된 훈련을 하는 남자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하다. 그런데 화면과 어울리지 않게 “오빠들~”을 연발하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린다. 배우 김민정이 병사들의 일거수일투족과 함께 하며 2월부터 내레이션을 고정으로 맡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녹음한다는 김민정은 “내레이션을 하는 동안 마치 (함께 출연하며) 홍일점이 된 듯한 느낌을 갖는다”고 말했다. 남자가 주로 나오는 프로그램에 여자의 음성을 입힌 제작진의 전술을 엿볼 수 있다.
일상을 관찰하고 체험하는 예능과 다큐멘터리가 많아지면서 ‘누가 내레이션을 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레이션이 해당 프로그램의 홍보전략과 시청 조건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배우들의 내레이션이 많다. ‘일밤’의 라이벌인 KBS ‘해피선데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내레이션에 배우 채시라를 내세워 ‘엄마의 목소리’라는 콘셉트로 MBC의 ‘아빠 어디가’와 차별화를 꾀했다. 가수 이적이 ‘아빠 어디가’의 내레이션을 맡아 남자 목소리를 전하자 육아예능의 후발 주자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채시라의 여자 목소리로 맞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신애라가 5월 채시라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았으며 8월부터는 방송인 허수경이 내레이션을 맡기로 해 여자 연예인의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게 했다. 반면 ‘아빠 어디가’는 이적에 이어 배우 이종혁이 내레이션을 맡아 남자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두 프로그램이 남녀 내레이션의 대결로도 재미를 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성우와 아나운서 대신 가수와 배우들의 음성이 많이 들린다. 27일 방송된 KBS ‘다큐 3일’과 SBS ‘스페셜’은 각각 배우 유선과 가수 김C가 내레이션으로 이름을 올렸다. 야구 선수 출신인 김C는 은퇴한 박지성의 축구 인생을 담은 SBS ‘스페셜’의 내레이션을 맡았고 유선은 ‘다큐 3일’에서 서울 관악 당곡지구대의 72시간을 따뜻한 음색으로 전했다. KBS 교양국의 한 PD는 “심각하고 무거운 내용의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이라도 연예인들의 친숙한 목소리가 더해지면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시청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5월 4부작으로 방영된 MBC ‘휴먼 다큐 사랑’은 병과 장애를 이겨내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을 배우들의 내레이션으로 전했다. 이성재, 김성령, 유인나, 박유천은 친숙한 목소리로 가슴 따뜻한 사연을 읊으며 희망을 전했다. 배우 최수종은 21일 방송된 MBC ‘다큐스페셜-세월호 100일 사랑해, 잊지 않을게’의 내레이터로 나서 목소리로 심금을 울렸다는 평을 받는다. 울먹인 듯한 그의 목소리는 세월호 참사를 보다 깊이 느끼고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실제로 그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마이크를 잡았다고 MBC는 전했다. 방송사들은 연예인들의 내레이션 참여가 늘자 그들을 별도로 인터뷰하거나 뒷이야기를 담아 프로그램 홍보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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