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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춤으로...신라인 최치원과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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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춤으로...신라인 최치원과의 재회

입력
2014.07.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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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30여명 쌍계사ㆍ해인사 등

현장 답사해 느낀 감흥을 작품화

탁본ㆍ현판 글씨 등 유물도 전시

이강일의 ‘최치원 기행 3-신라 왕릉의 아랍인 석상’. 회벽 패널에 그렸다. 180x90㎝.
이강일의 ‘최치원 기행 3-신라 왕릉의 아랍인 석상’. 회벽 패널에 그렸다. 180x90㎝.

1,100년 전 신라인 최치원(857~?)을 오늘의 작가들이 불러냈다. 그림, 서예, 조각, 설치, 사진, 영상에 춤까지 여러 형태로 그의 삶과 행적을 표현한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30일 시작하는 ‘해동풍류-최치원’ 전시는 신선이 됐다는 전설로 남은 최치원을 한국 정신문화의 중요한 뿌리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서예와 서화, 탁본 등을 주로 전시해온 서예박물관이 현대미술 작가들을 초대한 것이 이채롭다. 싸구려 키치 스타일의 작품을 해온 최정화의 작품이 이 공간에 들어올 거라고 상상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야산 계곡에 신발 한 켤레만 남기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는 최치원을 기억해서일까. 시장에서 파는 고무신 슬리퍼를 둥글게 줄줄이 끼워서 만든 용이 전시장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작가 30여 명이 참여했다. 최치원의 발자취를 찾아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감흥을 얻어 작품을 제작했다. 여기에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부산 해운대 등 여러 곳에 남은 최치원의 글씨 탁본과 그를 모신 사당의 현판 글씨 등 유물 50여 점, 작고한 백남준과 박생광의 비디오 작품과 그림을 함께 전시했다.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에는 현대무용가 홍승엽이 거문고 연주 및 서예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는 춤으로 최치원을 기린다.

최치원은 중국에서 문장으로 이름을 떨친 최초의 한국인쯤 된다. 열두 살에 당나라로 유학 가서 열 여덟에 외국인 대상 과거시험인 빈공과에 최고 성적으로 급제했고 스물 둘에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반란을 꾸짖는 격문을 써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외국인이라 출세를 못하고 스물 아홉에 신라로 돌아왔다. 그때 신라는 이미 국운이 기울어 어지럽기만 해서 뜻을 펼칠 수 없었다. 육두품 출신이라는 신분에 길이 막히자 나이 마흔 이후 세상을 떠돌다가 사라졌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집 ‘계원필경’을 남긴 한국 한문학의 초두이자 성균관 문묘에 배향된 동방 18현의 한 명이기도 하다. 그의 말년 행적은 영 안갯속이지만 전국에 그를 기리는 영당이 30군데가 넘고 많은 전설이 전한다.

전시 제목의 ‘풍류’는 멋스럽게 논다는 뜻의 풍류가 아니고 최치원이 ‘난랑비’에 쓴 글에서 밝힌 한국 전통사상, ‘유ㆍ불ㆍ선 3교를 아우르는 현묘한 도’를 가리킨다. 서예박물관은 최치원의 풍류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전시라고 설명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인문정신문화과를 신설하면서 2억원을 지원해서 만든 전시다. 9월 14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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