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집에 아무 일 없었으면"…희망이 절망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2시간 일시 휴전에 돌입한 26일 오전 팔레스타인인 아크람 카심은 임시 대피소에서 나온 인파에 파묻혔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는 아무 일 없으면 좋을 텐데’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집에 점점 더 가까이 갈수록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대가족이 모여 살던 3층짜리 건물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것이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였다. 카심은 “포탄이 떨어져 피해를 좀 봤을 것으로만 생각했지 이건 지진이나 다름 없다”며 낙담했다.
양측이 19일만에 처음으로 휴전다운 휴전을 한 이날 팔레스타인인들은 피해를 본 이웃이나 시신을 찾고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알 나자르 일가에게도 비극이 찾아왔다.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던 집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삭 주저 앉아 21명이 숨졌다. 부모님과 남자 형제 1명, 여자 형제 2명, 한 살과 여섯 살 먹은 두 자녀 등 피붙이 7명을 한꺼번에 잃은 알 나자르는 “폭탄이 떨어질 때 나는 발코니에 있었다”며 “그 이후 병원에서 깨어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 대변인 피터 러너 중령은 “무장세력이 대전차용 미사일을 발사했던 그 지역의 타깃에 (피해 주택이)포함됐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곳곳이 파괴되자 집을 놔두고 대피했던 주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는 “주민들의 격한 반응은 양측 휴전 협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6일 밤 이스라엘은 휴전을 27일 자정까지 24시간 연장키로 결정했지만 하마스가 파놓은 땅굴 색출ㆍ제거 작업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물품 밀수나 무장세력의 잠입, 전쟁에 사용되는 터널을 그냥 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철수가 포함되지 않은 어떠한 휴전도 거부한다”며 로켓 공격을 재개했다. 오랜만에 되찾은 온전하지 않은 평화는 12시간이 전부였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26일 하루에만 가자지구에서는 시신 140여구가 발견돼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1,139명에 달했다. 이스라엘은 군인 42명, 민간인 3명이 희생됐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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