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영국이 홍콩을 두고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갈등은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중영공동성명 30주년을 맞아 성명에서 합의한 내용들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 지 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특히 외교위원회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선거 등 정치 개혁 과정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그 근거로 1974년12월 양국이 홍콩을 중국에 이양하되 이후 50년은 홍콩을 일국양제(一國兩制)에 기초한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 특별행정구로 하자는 데 합의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직선제는 홍콩인이 자치권을 행사하는데 필수적”이라며 “영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일종의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중국 내부의 일로 다른 국가와는 관계가 없는 데다 영국은 물론 다른 어떤 국가의 지원도 필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홍콩에 관한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에 속한다”며 “중국은 어떤 외부 세력이 어떤 이유로든 간섭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영국의 행태는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으로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시하며 엄중하게 항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영국이 중국의 입장과 관심을 존중하고 관련 약속을 철저히 지키며 어떠한 방식의 간섭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콩시민들의 반(反) 중국 정서와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고 있어 영국도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실제로 홍콩 반환 17주년 기념일을 맞아 지난 1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민주화 시위엔 역대 최대 규모인 50여만명이 참석했다. 중국과 영국의 관계는 2012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달라이 라마 면담 이후 급속하게 냉각된 바 있다. 지난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영국 방문으로 양국 관계도 정상화한 것 아니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홍콩 문제는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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