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바꿔치기?? "머리·몸 각각의 DNA 일치"
질식사 등 타살? "목 주변은 물론 신체 골절 없어"
18일 만에 백골화? "美 실험사례선 10일 만에 진행"
시신이 옮겨졌다? "부패되면서 정자세로 바뀔 수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1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된 시신을 22일부터 2차 정밀감식, 25일 결과를 발표했다. 확실한 것은 시신의 신원이 유씨가 맞다는 것뿐이었다. 타살이나 자살 등 사인을 밝히기엔 시신 손상이 심해 한계가 있었다. 사망 추정시점 또한 “발견 10여일 전 정도로 추정할 수 있지만 특정할 수는 없다”는 게 국과수의 결론이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확실한가?
국과수는 유씨의 신체 특징으로 알려진 넓적다리뼈 길이(40㎝)와 키(159㎝), 왼손 둘째 손가락 뼈 끝 마디가 잘리고 넷째 손가락이 뒤틀린 것 등이 시신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유씨 주치의와 가족이 제출한 유씨의 치아 진료기록을 비교해 금으로 덧씌운 아랫니 4개의 위치와 치열이 일치하는 것도 추가로 확인했다.
국과수는 앞서 DNA 분석을 통해 지난달 12일 발견된 변사체의 신원을 유씨로 확인했다. 경찰에서 넘겨받은 넓적다리뼈에서 DNA를 채취하려면 칼슘을 빼내 뼈를 연하게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검체를 6월 18일 접수해 24일 만에 분석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재확인을 위해 부패된 시신에서 가장 정확하게 DNA를 얻을 수 있는 우측 갈비뼈 연골 등 7곳에서 골 조직을 채취했다. 분석결과 친형 병일(75)씨와 부모가 같은 친형제로 나타났고,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과 전남 순천의 유씨 별장에서 채취한 유씨의 체액과도 일치했다.
흉기 등에 의한 타살 가능성은?
시신에서 흉기에 찔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얼굴과 목의 피부, 근육 등 연조직만 소실됐을 뿐 팔 다리 등에는 다량의 근육이 남아 있는데, 파괴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은 “갈비뼈 등 어느 곳에서도 골절이 관찰되지 않았다. 흉기가 작용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목이 졸린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목이 졸려 사망한 경우 대체로 목 주위 연골이 파괴된다. 이 센터장은 “목 주변에 있는 갑상연골, 환연골 등의 골절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조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질식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용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부를 찔렸을 가능성은 복부 피부와 장기가 소실돼 확인할 수 없었다. 국과수는 타격 흔적 등을 찾기 위해 유씨가 입었던 의복 등을 추가 감식할 예정이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씨 시신 사진을 보고 오른쪽 넓적다리뼈가 골절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부검을 위해 자른 것일 뿐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독극물로 인한 사망?
국과수는 약독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배제했다. 서 원장은 “검안, 1차 부검결과 ‘특별한 외상이 없다’고 들어 약독물에 의한 사망 여부 검증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유씨 시신의 근육, 일부 남아 있던 간과 폐에 대한 약독물 감정결과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 독사에 물렸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요 장기들을 따로 검사해야 하지만 장기 대부분이 소실돼 확인할 수 없었다.
사망 당시 만취한 상태?
에틸알코올이 근육과 장기에서 미량(0.023~0.032%) 검출됐지만 시신 부패에 의한 것이지 유씨가 사망 전 술을 마셨다는 뜻은 아니다. 백승경 국과수 마약독성과장은 “그 정도 수치는 통상 부패된 시신에서 나오는 수준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은 쉽게 증발해 사망 당시 음주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유씨가 변사체로 발견된 현장에 있던 증거물 8개 중 소주병과 스쿠알렌병에서 유씨의 DNA가 나왔다. 유씨가 병을 만졌다는 증거인데, 그가 평소 술을 마시지 않던 것으로 알려진 터라 술병은 독극물에 의한 타살설이 나돌게 했다. 그러나 모든 병에서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시신을 덮은 구더기나 파리 등이 인근 술병으로 옮겨 붙으면서 유씨의 DNA가 옮겨 붙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듯이 놓인 시신 옮겨졌나?
유씨 시신이 하늘을 보고 가지런히 누운 모습으로 발견되면서 제3의 장소에서 숨진 뒤 옮겨졌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서 원장은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시신이 발견된 시점이 사망 직후가 아닌 탓에 자세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 원장은 “옆으로 누운 시신이 (부패가 진행되면서) 정자세로 돌아갈 수도 있다. 자세는 숨진 뒤에도 얼마든지 바뀐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렇게 부패할 수 있나?
유씨가 5월 25일 이후 행적이 묘연해진 뒤 6월 12일 백골에 가깝게 발견되면서 최대 18일 만에 백골화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에 국과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국과수는 미국 테네시주 인류학연구센터의 실험사례를 내놓으며 “시신은 10일 만에도 거의 백골화될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어선 안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서 원장은 “두부와 목 부분만 뼈가 노출됐을 뿐 사지에 근육이 다량 붙어 있는 것을 백골화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얼굴과 목에 백골화가 진행된 이유는 옷으로 덮인 몸에 비해 곤충, 세균의 침투와 번식이 활발했기 때문이며 발견 당시 머리가 몸에서 분리된 건 동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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