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지위 고민한 1971년 문서 공개

일본에서는 신의 존재로 추앙받는 일왕의 지위를 두고 일본 정치권이 고민했던 흔적이 담긴 외교문서가 최근 공개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4일 공개한 1971년 5월 10일자 외교문서에는 당시 쇼와(昭和ㆍ사진) 일왕이 그 해 9월 유럽 순방을 앞두고 여권을 휴대해야 할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빚어졌다. 일왕이 민간인 신분이기는 하지만 외무장관 명의로 발급하는 여권을 휴대한 채 해외 여행에 나서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재위 중인 일왕의 첫 외유인 만큼 민감한 사안이기도 했다.

당시 일왕의 여권에는 아이치 기이치 외무장관 명의로 ‘일본 국민인 이 소지인을 지장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외무성 담당자는 “(여권을) 휴대하지 않고 여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통적인 국민 감정에서 볼 때 천황 부부가 외무장관이 발급하는 여권을 휴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헌법으로 정해진 국가의 상징인 일왕이 일반 국민과 같은 여권을 소지하고 입국관리와 비자 절차를 거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일왕은 그 해 9월 27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여권없이 벨기에 영국 서독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7개국을 순방했다. 일왕은 순방 기간 미국을 방문하는 안도 거론됐으나 야당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일왕은 지금도 여권 없이 해외 여행을 하고 있다. 반면 왕세자 부부를 비롯한 왕족들의 해외 여행에는 외교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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