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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금나무

입력
2014.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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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는 토마토 마늘 녹차 시금치 적포도주 연어 견과류 브로콜리 귀리 등과 함께 2002년 뉴욕타임스가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과일이다. 블루베리의 진한 블루 색깔을 내는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시력저하나 망막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험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 조종사들이 블루베리 덕에 시력이 좋아져 독일군 지역 폭격의 정확도를 높였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블루베리에는 다른 생리활성 성분도 풍부해 피부노화,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혈관 장애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 블루베리는 원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즐겨 먹고 숭배하기까지 한 열매였다. 신대륙에 이주한 백인들은 인디언에게서 블루베리 채취와 건조 방법을 배워 겨울 동안의 요긴한 식량으로 삼았다. 1900년대 초 야생 하이부시 블루베리 종을 개량해 속이 꽉 차고 즙이 많으며 달콤한 품종을 만들어내면서 포도처럼 널리 재배하는 어엿한 과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서는 2000년에 일부 농가가 재배하기 시작했고, 요즘 블루베리 붐을 타고 재배농가가 부쩍 늘었다. 이제 내 고장 7월은 블루베리 익어가는 시절이 되었다.

▦ 본래 한반도에는 토종 블루베리 종류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정금나무. 키 1m 안팎의 낙엽활엽관목인데, 꽃과 열매가 블루베리와 흡사하다. 어린 시절 동네 뒷산에서 따먹던 정금 열매의 새콤한 맛의 기억은 지금도 침을 고이게 한다. 북한산에도 있는 산앵두나무, 남해의 섬에서 3m까지 자라는 모새나무, 키 30㎝이하로 금강산 이북 고산에 자라는 월귤, 열매가 타원형인 들쭉나무 등도 토종 블루베리다. 북한은 백두산 일대 들쭉 열매로 술을 만들어‘코리안 블루베리 와인’이라는 영명을 붙여 판다.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순천의 한 야산 매실 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될 당시 소지한 천가방 안에 매실 5개와 정금나무 열매가 들어 있었다. 수천억원 대 재산을 주무르고 수 많은 신도들에게 떠 받들어지던 ‘귀하신 몸’의 마지막이 덧없고 허망하다. 산장에 놓고 온 8억원 현금 다발이 무슨 소용, 설익은 매실과 정금 등 산열매로 연명하며 숲 속을 헤매다 변을 당했을 게다. 차라리 산장에서 붙잡혔더라면 목숨을 부지했을 텐데, 구원파의 교주라는 그도 한치 앞의 생사를 어쩌지 못한 것 같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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