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를 접견했다. 박 대통령이 일본 정치인과 만난 것은 지난해 2월 취임식 때 경축특사로 방한한 아소 다로 부총리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그것만으로도 경색된 양국 관계의 개선 조짐을 점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어제 만남에서 “두 나라 국민은 서로 우정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 왔다갔다하면서 잘 지내왔는데 정치적 어려움으로 인해 국민 마음까지 소원해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일본)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양국관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올바른 역사인식을 공유해 두 나라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두 나라 사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인 만큼 일본이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풀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언뜻 그 동안의 대일 발언과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 마스조에 지사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뜻을 전한 데 대해서도“올바른 역사인식이 진정한 신뢰관계의 바탕”이라며 “영토는 국민의 몸이며, 역사는 국민의 혼인데 혼이 상처를 받으면 근본이 흔들린다”고 강조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정치 관계의 경색이 양국민의 마음까지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드러내고, 재일동포 교육여건 개선이나 반한(反韓) 시위라는 구체적 현안에 대한 도쿄도 차원의 대책을 주문한 데서 변화 기미가 엿보인다. 명분론에 사로잡힌 상태라면 구체적 현안의 해결 필요성은 좀처럼 인식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문에 마스조에 지사가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친 것도 고무적이다. 오랫동안 꺼려온 일본 정치지도자들과의 만남에 박 대통령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계기가 될 만하다.
어제 만남은 최근 한일 양국 외교 당국의 관계개선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뚜렷한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관계 경색을 타개하려는 양국 전문가와 지식층의 의견교환도 부쩍 활발하다. 더 이상 양국관계 악화를 방치했다가는 양국민의 상대국 인식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바탕에 깔려있다.
이런 우려의 해소 책임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함께 지고 있다. 어제 만남이 양국 외무장관 회담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국 정상이 적극적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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