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쌍둥이 형이 있다. 한날 한시에 태어났으니 그야말로 육친 중의 육친이다. 우리는 고등학교까지 한 집에서 한 방을 쓰며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의 성장기를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서로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각별한 정이 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떨어져 지내기 시작한 우리는 이후 취업과 결혼 등으로 다시는 한 집에 살 수 없었다. 그리고 세파에 지쳐가면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에 지쳐가면서 연락도 뜸해졌다. 그런데 올해 초 쌍둥이 형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본사발령을 받아 서울근무를 시작하면서 우리 집에 몸을 의탁하게 됐다. 마침 1층의 방이 비어 있어 그 방을 쓰게 된 것이다. 20여년 만에 한 집에서 살게 된 우리는 진심으로 이런 기회가 온 것을 마뜩하게 생각했고 회포라도 풀 듯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술잔을 놓고 마주앉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함께 공유했던 추억이나 살아내야 할 삶에 대한 고민도 같이 나눴다. 그런데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쌍둥이 형의 본사가 서울을 떠나 지방의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우리의 동거가 막을 내렸다. 그와 한집에서 지냈던 6개월의 동화 같은 시간이 끝난 것이다. 우리는 그 마지막 날 이별주를 마셨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았던 시간을 반추했다. 가슴이 살짝 미어졌다. 육친이라는 것, 그것은 화선지가 물을 빨아먹듯 가슴속에 그냥 그렇게 스미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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