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어스-인간의 네 번째 본능, 호기심의 모든 것
이언 레슬리 지음·김승진 옮김
을유문화사·316쪽·1만3,000원
“호기심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불복종이다.”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한 말이다. 호기심이 기존 질서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닐까.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책에는 천재 원숭이 ‘칸지’가 등장한다. 칸지는 두 살 아이의 지능을 갖고 상징기호로 이뤄진 키보드를 조작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저자는 녀석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는 이유로 호기심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식욕, 성욕, 주거욕에 이어 호기심을 인간의 네 번째 본능으로 꼽고 인간을 다른 유인원과 구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호기심을 거론한다.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공책에 “디미(알려주세요)”라고 적으며 무언가를 탐구하고 싶어 몸을 근질거린 것을 호기심의 한 사례로 제시한다. 그의 노트에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서부터 석궁 작동법, 플랑드르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하는 법 등 궁금한 것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도 푸른곰팡이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를 거듭해 과학을 성장시켰다.
저자는 호기심이 각광받거나 죄악으로 여겨진 역사들을 짚어보고 그에 얽힌 논쟁을 소개하면서 “나는 별다른 재능이 없다. 단지 호기심이 왕성할 뿐”이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고백이야말로 책의 속 뜻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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