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63도의 LNG 운반하려면 화물창을 방벽·보온창으로 특수 제작
고도 기술… 中 업체들은 못 따라와
LNG는 운송량의 0.15% 자연 기화 "기화 가스로 전력 만들어 선박 구동"
석유와 함께 지구촌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은 액화천연가스(LNG). 최근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LNG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가정에 공급되는 도시가스 대부분이 LNG이고, 국내에서는 발전용 연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LNG 없는 세상은 점점 상상하기 힘들게 됐지만 LNG를 생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면 첨단기술과 과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지하에서 기체상태로 뿜어 나오는 가스를 액화해 안전하게 운반하는 기술은 LNG 운송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세계 최고의 LNG선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조선3사로부터 LNG선 제작 비밀에 대해 들어봤다.
LNG선이 필요한 이유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는 바다나 육지의 가스전(田)이나 유전에서 기체 상태로 뿜어져 나온다. 이 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기지로 옮겨져 액화설비로 들어간다. 기름과 수분 등 불순물을 제거한 뒤 정제해서 액체상태로 바뀐 가스가 바로 LNG이며, LNG는 육상기지의 보관 탱크에 저장돼 필요한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치게 된다. 기체상태인 천연가스를 LNG로 바꾸는 이유는 액화되면 부피가 600분의1로 줄어들어 보관과 운송이 편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북미처럼 가스 생산지와 소비지가 육지로 연결돼 있다면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가 이동하면 돼 운송선이 필요 없다. 하지만 바다를 건너야 한다면 고도의 기술과 설비가 꼭 필요하다. 가령 미국에서 생산한 LNG를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 미국의 항만에 자리잡은 터미널에서 LNG를 운송선에 실어야 한다. LNG선이 국내 항만에 도착하면 이를 저장탱크에 보관한 뒤, 천연가스로 기화해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LNG 생산지나 소비지에는 모두 저장시설과 터미널 등이 갖춰진 육상기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설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전세계에서 운항되는 LNG선 중에서 가장 큰 선박은 2008년 7월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한 26만6,000㎥ 급으로 장충체육관 만한 화물창이 5개 들어가는 규모다. ‘모자(MOZAH)’라는 이름의 이 선박은 갑판 길이 345m에 폭 54m로 축구장 3개를 합쳐 놓은 면적으로 우리나라 LNG 전체 사용량의 이틀 치를 싣는다.
LNG선 화물창의 비밀
천연가스의 비등점은 영하 162도여서 액체상태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영하 163도 이하 극저온으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극저온 상태로 장시간 LNG를 보관해 운송하는 것은 LNG의 ‘파괴 본능’ 탓에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제로 영하 163도의 LNG가 얇은 철판에 닿으면 두 동강이 나거나 유리파편처럼 변한다. 철판이 극저온을 견디지 못하고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또 LNG에 테니스 공을 넣었다가 꺼내 떨어뜨리면 사방으로 파편이 튀며 깨질 정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박 내에 LNG를 저장하는 공간인 화물창은 특수제작이 필요하다. 극저온에도 견딜 수 있는 방벽과 LNG가 기화되지 않도록 온도를 유지해주는 보온창은 LNG선 제작의 핵심기술이다.
화물창 내부는 방벽과 보온창이 샌드위치처럼 이중으로 설치돼 있어 물샐 틈이 없다. 내부의 1차 방벽이 영하 163도인 LNG와 직접 접하고 방벽 안쪽에 보온 층이 삽입돼 있다. 방벽과 보온 층은 LNG 유출과 기화를 막기 위해 연속으로 두 겹이 접해 있다. 결국 LNG가 보관되는 화물창 내부는 ‘1차 방벽 - 보온 층 - 2차 방벽 - 보온 층 - 선체’ 순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 셈이다.
화물창은 방벽과 보온 층의 내부 소재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며, 여기에 조선업체들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채택한 ‘NO96’ 타입의 경우 36% 니켈 합금이 LNG에 견디는 방벽 역할을 한다. 단열박스 역할을 하는 보온층은 핀란드산 자작나무와 화산재 등으로 특수 제작된다. 삼성중공업이 채택한 ‘마크Ⅲ’의 경우 스테인리스강이 1차 방벽, 알루미늄 금박에 유리섬유를 붙인 ‘트리플렉스’가 2차 방벽 역할을 하고, 보온 층은 강화 폴리우레탄으로 제작된다. 중국업체들이 LNG선 건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화물창 제작기술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조선업체들이 기술개발에 힘쓰는 분야 중에는 엔진도 있다. 보온기능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LNG선 화물창 내부의 LNG는 매일 전체 운송량의 0.15%가 자연 기화된다. 기화된 천연가스를 선박연료로 재활용하기 위해 LNG선은 2000년대 초반까지 스팀터빈엔진을 주로 사용했다. 기화된 가스를 스팀보일러로 가열하고, 여기서 나온 스팀으로 터빈을 돌려 선박을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스팀터빈엔진은 기화된 가스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만 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 낡은 방식이기 때문에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LNG선에는 안 어울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기화된 가스를 이용해 엔진을 구동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으로 모터를 돌려 선박을 움직이는 전기추진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연료효율이 높고 엔진의 공간배치도 효율적이라 조선업체들이 최근에는 이 방식을 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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