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히야. 이건 언제라도 좋다. 네가 백발일 때도 좋고 내일이래도 좋다…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따구니도 좋다.”
미련한 여자는 많되 한심한 여자는 드물고, 한심한 남자는 넘치되 미련한 남자는 찾기 힘들다.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남자는 한심함을 벗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실상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미련한 남자들이니 이 간극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위 구절은 시인 이상이 젊은 시절 소설가 최정희에게 보내려다가 그만둔 편지의 일부다. 이상은 최정희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지만 최정희는 이상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편지를 전부 찢어버렸다고 한다. 그가 미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최정희가 당시 다른 사랑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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