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번 매코맥ㆍ노리마쯔 사또꼬 지음
정영신 옮김
창비 발행 544면 2만8,000원
1945년 3월, 제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치달은 시기 미군이 오키나와를 공격했다. 일본의 군기지가 밀집한 오키나와를 잡아야 일본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당시의 참상을 전하는 기록들은 믿기 힘들 정도다.‘철의 폭풍’이라 불린 3개월 간의 맹렬한 폭격에서 미군은 271만발의 포탄을 퍼부었고 오키나와 주민 46만명 중 12만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적은 미군뿐이 아니었다. 일본군은 오키나와 주민들을 강제 징집해 미군과 싸우도록 강요하는 한편 노약자, 어린이, 여성들에게는 미군에게 잡혀 끔찍하게 죽느니 자살하라고 강요했다. “두 손을 들고 항복하는 사람들은 총살을 당하고, 포로로 잡힐 경우 남자는 사지를 찢어서 죽이고 여자는 강간한 후 살해 당할 것이다.”
미국에게는 적국의 변두리 섬, 일본에게는 총알받이. 두 강대국의 이해관계는 수십 년에 걸쳐 오키나와의 몸과 정신을 갈갈이 찢어놨다. 끊임 없이 버림 받고 착취 당한 오키나와의 처절한 역사는 불행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호주와 일본의 학자가 공저한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는 미국과 일본에 맞선 오키나와 저항의 역사 70년을 정리한 책이다. 반 일본정서의 뿌리를 형성한 오키나와전부터 종전 이후 시작된 미국의 지배와 수탈, 1972년 일본에 반환된 이후 시작된 이중 식민지 체제, 최근 후텐마 기지를 대체할 장소로 헤노코 앞바다가 지목되며 발생한 문제들까지 샅샅이 훑고 있다.
책에서 주목할 지점은 저자들이 오키나와의 역사를 단순 정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오키나와의 저항운동이 현재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계정세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일본 본토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미국의 군사기지로 이용돼온 오키나와의 역사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최근 들어 노골화하는 일본의 전쟁 야욕을 증거하는 선명한 사진이기 때문이다(일본은 이달 1일 각의에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결의했다). 2012년 9월 뉴욕타임스 사설에 거론된 오키나와 주민의 분노는 이 문제가 지엽적인 것에서 벗어나 전세계적으로 공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와 미군의 성폭력 사건으로 상처 받는 한반도가 오키나와의 사정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저자들은 한국과 오키나와가 국경을 넘어선 시민 협력의 형태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한국과 오키나와는 민주적이며 협력적인 전후 및 패권 이후의 질서가 이 지역 전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준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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