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이름은 발코니(balcony)입니다. 사전에서는 저를 ‘건물의 위층에서 뻗어 나와 약 1m 높이의 난간에 둘러싸인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별도의 개념이 존재하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보통 ‘베란다’라는 용어와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소개가 길었던 이유는 요즘 저를 모르는 분이 많아서입니다. 지금 살고 있거나 최근 방문한 아파트를 떠올려보세요. 아마도 발코니가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본 경우가 드물 겁니다. 아파트를 조금이라도 넓게 쓰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은 새집에 입주하기도 전에 저를 뜯어냅니다. 태어나자마자 채 얼마 되지 않아 운명을 다하는 파리 목숨인 거죠.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저와 외벽을 해머와 드릴로 부셔버리고 거실로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일 겁니다. “이렇게 없앨 거면 뭐 하려고 저를 나으신 거냐”고 울분을 토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최근엔 시공사들이 제가 있던 자리를 처음부터 거실로 확장해 내놓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저의 멸종 시대가 머지않은 거죠. 미래에 저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될 겁니다. 억울한 건 마치 제 역할이 전혀 없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에요. 제가 없어진다면 안전사고 우려도 높아질 겁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저 발코니의 이야기를 좀 들어봐 주세요.
● 발코니의 이야기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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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찬밥신세' 라니… ▶ 자세히 보기
그런데 만약 발코니가 없다면? ▶ 자세히 보기
이제 발코니의 재발견을 이야기 하자 ▶ 자세히 보기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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