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을 무더기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교사가 1년 전에도 다른 학교에서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학교 측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특례법 위반)로 A(33) 교사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 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여성아동범죄 조사부에 배당해 조사하고 있다. 6년차인 A 교사는 올해 3월 B초등학교로 전근 온 이후 3개월 동안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5학년 여학생 7명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A 교사가 학생과 단 둘이 있을 때 무릎 위에 앉게 해 허벅지를 쓰다듬거나 반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속옷을 건드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교사가 여학생들의 옷 위로 성기를 만지거나 가슴을 만지려고 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이 사실은 지난달 한 학생이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 놓고, 이어 다수의 피해자가 확인되면서 부모들의 신고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들은 “선생님이 복수하거나 혼을 낼까봐 불안해서 말을 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현재 학생들은 성폭력 피해 보호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심각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이 A 교사를 신고한 직후 관할 지역교육청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A 교사는 직전에 근무한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같은 반 아이들을 성추행해 문제가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A 교사는 지난해 C초등학교 학생 2, 3명이 “A 교사가 과도하게 몸을 만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학교 상담사와 면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C학교 교장과 교감은 상담 내용을 전달받고도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A 교사에게 구두경고를 하고 지켜봤는데,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식 민원도 아니고 아이들을 상담한 것뿐이라 교육청이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피해 학생들은 A 교사가 전근을 갈 때까지 계속 수업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추행 사실을 알았을 경우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전 학교 측이 문제가 커질 것을 두려워해 숨기기에 급급하다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A 교사는 “통상적인 스킨십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 병가를 신청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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