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비용 커 유인책 효과 의문
노동계 "비정규직 양산 부작용" 반발
정부의 2기 경제팀은 핵심 경제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들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여 내수 활성화에 마중물을 붓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책 실효성이 적을뿐더러 파견업종 규제 완화 등 일부 대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전 가이드’(가칭)를 제정해 이르면 10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은 정부가 돈을 풀어서라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비정규직 시간제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 정부의 ‘양질의 시간선택제일자리’ 정책이 정작 일자리 숫자 늘리는 데만 급급해 기존 시간제 일자리의 고용불안 문제는 외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중소ㆍ중견기업의 파견근로자를 사용사업주(원청)가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파견사업주(하청)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도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
고용부는 또 국민의 생명ㆍ안전과 관련된 분야의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중소기업이 안전보건관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역시 임금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대표 등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정부의 지원 대상이 비정규직 직군 중 시간제, 파견근로 등 극히 일부분인데다, 정규직 전환시 비용이 크게 늘어나 지원금이 유인책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정규직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일제 기간제 근로자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 지원 대상인 합법 파견 근로자는 13만명에 불과한데 현재 도급, 파견, 불법파견의 구분이 법적으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발표하면서 파견직 확대 정책을 은근슬쩍 끼워 넣어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그동안 32개 업종에만 허용한 파견직 사용을 55세 이상 고령자에 한해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밝힌 내용으로 고용부는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 입법예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미 50~60대 취업자 수가 20~30대를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라 고령자들의 고용의 양적 확대보다 질에 신경써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55세 이상’의 단서를 달았지만 파견이 합법화되면 노동시장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젊은 연령대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남신 비정규직센터 소장은 “정부가 불법파견을 바로 잡고 사용자에 책임을 물어야 되는데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며 “간접고용 일자리가 양성화되면 특히 대기업이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농림어업 분야의 일자리까지 파견직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통번역 전문가, 컴퓨터 전문가 등 일부에 한정한 전문직 파견 역시 연말까지 여론수렴을 거쳐 변호사, 손해사정인, 노무사 등 10개 직종을 더 늘리고, 기간도 기존 2년에서 무기한으로 늘릴 방침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림어업도 파견을 허용한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결국 더 많은 업종과 연령의 노동자들을 파견노동자로 만들어 비정규직을 대폭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돈을 풀어서라도 추진하겠다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기업 입장에서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적겠지만 파견업종 확대는 있던 규제마저 풀기 때문에 비정규직 양산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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