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의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양성 반응이 나오기도 전에 곧바로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돼지 600여 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확산방지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구제역 발생은 2011년 4월 경북 영천의 돼지에서 발생한 이래 3년 3개월 만이다. 당시 2010년 11월에 발생해 전국적으로 번진 데다 끊일 만하면 재발하기를 거듭해 결국 돼지와 소 등 346만 마리를 죽여 매몰해야 했던 악몽이 아직 생생하다. 그 악몽이 워낙 지독해서, 비록 계절적으로 급속한 확산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이번 구제역을 두고도 긴장과 우려를 늦출 수 없다.
감염 규모는 작아도 이번 구제역 발생은 여러 가지로 뼈아프다. 2010년 겨울에서 이듬해 봄에 걸친 혹독한 ‘구제역 파동’ 이후 백신예방접종 등의 대응책을 다듬어온 당국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예방접종을 소홀히 하는 농가에 대한 엄격한 행정지도 등 한결 촘촘한 대응체계를 위한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또한 지난 5월 24일 파리에서 열린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 획득한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두 달 만에 잃게 됐다.
또 하나 걱정거리는 3년 전 구제역 파동 당시 식품안전 당국과 전문가들의 반복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와 소고기 소비가 크게 줄어 농가의 그늘을 깊게 했던 사태의 재연 가능성이다. 안 그래도 산지 소 값 하락과 양파 값 폭락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다. 관세화 쌀 수입개방으로의 정책 전환도 농가의 불안을 더해주었다.
그나마 꾸준한 수요증가로 돈육 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져 농촌에 위안이 되었음을 생각하면 현명한 소비행태가 긴요하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도살 후 냉장 숙성 과정에서 고기의 산도(酸度)가 낮아지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죽고, 열에 약해서 50도 이상이면 이내 사멸한다. 설사 날고기를 섭취한 경우에도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없을 정도이니 충분히 안심해도 된다. 소비자들은 이런 과학상식을 근거로 소문과 괴담을 무시해야 한다. 농가는 물론이고 지난 겨울 조류인플루엔자로 어려움을 겪은 도시 영세식당의 불안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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