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자로 환자 치료와 백신 개발에 헌신해온 셰이크 칸(39) 박사가 에볼라에 감염됐다.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치료센터 책임자인 칸 박사의 에볼라 감염 소식에 시에라리온은 물론 라이베리아와 기니 등 에볼라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3국이 모두 충격에 빠졌다.
시에라리온 대통령실은 국민적 영웅으로 존경 받고 있는 칸 박사가 에볼라에 감염돼 국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그는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 100여명을 돌봐왔다.
칸 박사의 에볼라 감염은 지난달 30일 의료진들과 함께 시에라레온의 케네마 지역정부 병원에서 에볼라 감염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혈액 검사로 확인됐다. 당시 칸 박사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의료진들은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가장 처음으로 접촉해 질병에 가장 취약하다”며 “보호의를 완벽히 챙겨 입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자신의 감염을 예감이라도 한 듯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루는 일이 걱정된다”며 “자신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칸 박사의 감염 소식과 그가 근무했던 케네마 지역정부 병원의 간호사 3명이 21일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하자, 이 병원 직원 수십 명은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파업은 정부가 에볼라 바이러스 병실을 병원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이전해달라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하면서 끝이 났다.
의료진의 에볼라 감염은 이전부터 문제가 됐다. 세계보건기구 소속으로 라이베리아에서 가장 큰 존F 케네디 의료센터에서 에볼라 감염 환자들을 돌보던 우간다 출신의 선임 외과의 사무엘 무토로도 2일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했다.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페터 피오트 박사(65)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이번 발병이 ‘전대미문의 긴급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역대 최다 사망자를 내고 있는 이번 에볼라는 1976년 첫 발병 사례 확인 이후 사상 처음으로 3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3개국의 수도에서 발병해 앞으로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도 크다.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올해 1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발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23일 현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기니에서 63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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