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증대세제 방안 기업들 호응 여부 미지수
배당소득 증대도 주주만 해당 주식 비투자자에겐 그림의 떡
비정규직 대책 기업자율 맡겨 한계 LTV·DTI 완화로 빚 폭탄 우려도


“가계 소득을 늘리겠다”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일성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새 경제팀이 24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만 놓고 보면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소득 증대 방안은 허술하고 비정규직 대책은 모호하다. 확실해 보이는 건 단 하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대폭 완화로 가계 부채가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가계 소득 확대는커녕 자칫 빚만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 부총리는 취임 전후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미약한 것은 내수 실적 부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근로자 임금을 지목했다. 전체 사회가 벌어들인 돈 가운데 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점점 커지다 보니 가계로 돌아가는 부분이 줄어들고, 그 결과 가계소득 부진→내수부진→가계소득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새 경제팀이 이날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한 것도 이 같은 가계소득 부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3대 패키지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과연 이 대책들로 가계소득 증대가 이뤄질 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3대 패키지 중 가계소득 증대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근로소득 증대세제’다. 이 제도는 해당 연도의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간 평균임금 증가율보다 높을 경우 임금상승분에 대해 10%(대기업은 5%)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적용 기한은 2017년말까지다. 가령 A중소기업의 2012~2014년 평균임금 증가율이 3%이고, 2015년 평균임금 증가율이 5%일 경우 임금상승률은 2%다. 이 기업이 2015년 총 인건비로 10억원을 썼다고 하면 임금상승분은 2,000만원. 이것의 10%인 200만원을 그 해 기업이 내야 할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것이다. 단, 고액연봉자의 임금에까지 혜택을 주지 않기 위해 연봉 1억원 혹은 8,000만원 수준 이하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분에만 혜택을 줄 예정이다.
제도가 시행돼봐야 기업들의 반응을 알 수 있겠지만, 단지 세금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선뜻 평균보다 높은 임금 인상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정액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올려야 하는 평균임금 인상폭이 매년 확대되는 점도 제도 디자인의 맹점으로 보인다. A기업의 평균임금 증가율이 2012년 2%, 2013년 3%, 2014년 4%일 경우, 2015년엔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3%보다 큰 수치로만 인상하면 된다. 하지만 2016년엔 직전 3년치(2013~2015) 평균 임금 인상률인 4%보다 높아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를 매년 받기 위해서는 임금 상승폭을 매년 높여가야 한다는 얘기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기업들이 3년간 임금 인상률을 일부러 낮게 유지하다가 4년째 되는 해 임금을 인상하는 편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새 경제팀이 제도 적용 대상을 전체 기업으로 잡은 점, 평균임금 산정시 임원 및 고액연봉자의 임금은 제외한 점 등에서 서민ㆍ중산층 가계 소득 확대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새 경제팀의 주요 목표인 가계소득 증대 방안치고는 다소 초라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3대 패키지 중 두번째인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주식 투자자의 가계 소득 증대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대다수인 비 주식 투자자에게는 무용한 대책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세번째인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성공 여부는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미처분 당기순이익’에 과세해 임금 배당 투자 확대를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기업이 과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금 인상 대신 배당이나 투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된다 해도 가계소득의 즉각적 증대에 도움을 줄 지는 미지수다.
최 부총리가 “600만 비정규직을 두고 국민 행복을 말할 수 없다”고 강조한 만큼 비정규직은 가계소득 저하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새 경제팀은 경제정책방향에서 ‘정규직 비정규직간 격차를 완화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의 자율적 전환을 유도하는 데 그쳐 근소로득 증대세제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계소득 대책은 불투명한 반면 LTV, DTI규제 완화는 가계 부채를 늘릴 공산이 크다. 가계부채는 2011년 916조원, 2012년 964조원, 2013년 1,021조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그 중 절반 가까이는 주택담보대출인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특히 DTI 60% 확대는 가계 부채의 폭탄이 되리란 우려가 크다. 최 부총리가 강조한대로 가계 부채가 다소 늘더라도 가계 소득이 함께 늘면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아 보인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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