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앞둔 베테랑 이적 쉽지 않고 프랜차이즈 스타 위상도 배려
김동주(38)와 두산의 불편한 동거는 언제쯤 끝날까.
두산은 24일 “김동주의 거취 문제를 시즌이 막을 내린 뒤 다시 상의하기로 했다. 어제 밤 김승호 운영팀장이 김동주를 만나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동주는 이 자리에서 “1,2군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뜻을 팀에 전했다.
잠잠하던 김동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달 초다. 김동주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팀이 나를 찾아볼 수 있도록 (팀이) 놓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당시 그는 구단에 직접적인 의사 표현은 안 했지만, 웨이버공시(방출)나 트레이드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3일 밤 상황이 달라졌다. “생각을 들어보고 요구 사항을 최대한 들어주겠다”던 두산이 “남은 시즌에도 김동주는 우리 선수”라는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김동주의 거취 문제는 시즌 뒤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며칠간 고민하던 김동주가 ‘현실적인’ 판단을 한 셈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김동주는 주로 2군에 머물렀다. 올해는 한 차례도 1군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채 2군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무뎌진 발 놀림 때문에 주 포지션인 3루수에는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 이원석, 허경민에다 멀티 자원 오재원이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타구가 쉴새 없이 날아오는 ‘핫코너’에 불혹을 앞둔 베테랑을 과감히 출전시키는 감독은 흔치 않다.
결국 김동주가 1군에서 뛸 수 있는 포지션은 지명타자 혹은 1루수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엄청난 파워를 보이고 있는 호르헤 칸투(1루수), 3할3푼1리를 치고 있는 홍성흔(지명타자), 대타와 대수비가 가능한 오재일(1루수)이 버티고 있어 쉽지 않았다. 송일수 감독이 기회를 주고 싶어도 김동주에게 못 준 이유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김동주는 팀을 떠나고 싶어 했다. ‘자신을 원하는 팀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런데 방출을 시키더라도 영입 의사를 보이는 팀을 찾기 힘들뿐더러 트레이드 카드 또한 맞추기가 쉽지 않아 일단 잔류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만약 김동주가 웨이버공시 됐는데, 어느 팀에서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 한 시대를 풍미한 거포이자,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초라하게 은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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