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무마 등 명복 2500만원 뜯어 내
교통사고를 낸 사람의 가족에게 접근해 사건을 무마해주고 자동차 수리비를 할인해 주겠다며 수천만원을 뜯어낸 경찰관이 사기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전북 정읍시에 사는 A(51ㆍ여)씨는 지난 3월 11일 집 근처에서 아들(22)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파출소로 달려갔다. A씨의 아들은 렌터카를 타고 가던 중 튀어나온 동물을 피하려다가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현장에 출동한 B(39)경장 등은 사고 조사를 했고 음주나 무면허 여부를 확인한 뒤 보험처리로 사고 조사를 종결했다. A씨 역시 수리비로 900만원이 나오긴 했지만 아들이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은 다음날 B경장이 A씨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B경장은 “경찰관들은 렌터카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수리비 50%를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A씨에게 250만원의 선수금을 요구했고, A씨는 수리비가 적게 나온다는 말에 그의 말에 따랐다.
이후 B경장은 A씨에게 사고 처리를 위해 윗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수 차례 돈을 받아갔고 4월 3일까지 받아간 돈이 1,500만원에 달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고 처리비 외에 A씨에게 자신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다며 1,000만원을 빌려가기까지 했다.
당초 이야기했던 돈보다 액수가 커지자 A씨는 그제서야 B경장을 의심했고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정읍경찰서는 24일 B경장을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더욱이 B경장은 지난해 10월에 스포츠 토토에 빠져 지인들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올 2월 징계가 풀려 정읍경찰서에 온 지 두 달도 안 돼 또다시 사기를 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B경장이 과거의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파렴치하게 또다시 주민을 우롱하는 악질적인 범행을 저질러 긴급 체포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히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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