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워크숍을 마치고 삼겹살집에서 회식을 가졌다. 상반기의 업무를 결산하고 하반기의 계획들을 다시 다지는 자리였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자연스럽게 평소 대화할 기회가 적었던 직원들을 찾아가 덕담들을 나누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나는 그냥 내 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회사에서 콘텐츠 전략을 이끌고 있는 K 국장이 슬그머니 맥주잔을 들고 내 옆으로 오는 것이었다. 업무의 연관성이 적어 평상시엔 많은 대화를 나누는 분은 아니었다. K 국장이 내 맥주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경기가 안 좋아 많이 힘들죠? 그런데 L 선생님 책 진행은 잘 되어가고 있어요?” 나는 곧 K 국장이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내용들을 다 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 국장에게 일의 진행 상황들, 그러니까 잘 되어가는 부분과 잘 풀리지 않는 부분 등을 털어놓자 놀랍고도 유효한 조언을 주는 것이었다. 그는 국내 유수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데스크를 맡았던 경험이 있는 분이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가동시키는 능력과 빼어난 기획력으로 출판계에 정평이 난 분이다. K 국장의 조언은 내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면서 어떤 해법까지 암시하는 것이어서 내게 많은 격려가 되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나의 고민과 근심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 나는 그것을 그날 회식에서 깨달았다. 그런 관심과 믿음 속에서 사람은 외로움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리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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