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사무실서 정리해고당한 이위영씨
채용할 때 근로계약서 없고 4대 보험 미가입에 임금 동결 10년
1인 사업장이라며 법 보호 못 받아 "노동조합이 이럴 수 있나" 분통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왜관지부에서 사무보조원으로 18년간 근무한 이위영(56)씨는 지난해 12월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 됐다. 그 해 11월 새로 부임한 김형수 지부장과 박관규 사무장이 이씨에게 “노조 사정이 어려우니 일을 그만두라”고 통보한지 보름만의 일이었다. 노조는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의 고용보호,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조직으로 조합원은 9,500여명에 달한다.
지부 간부들은 사무실 열쇠를 바꿔가며 이씨의 출근을 저지했고, 이씨는 대구지방노동위원회와 대전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간부들은 두 차례 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이씨에게 해고 한달 전 예고를 한데다 왜관지부는 해고 구제신청이 적용되지 않는 1인 사업장”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사유 없는 정리해고는 금지’(23조)하고 있고,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이전에 예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씨는 왜관지부가 주한미군한국인노조 본노조(이하 본조)로부터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만큼, 본조 노조위원장이 사업주인 5인 이상 사업장이라 주장했지만 노동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23일 “18년간 4대 보험 미가입, 법정 휴가일수 미준수, 10년간 임금 동결 등에도 군말없이 회사를 다녔지만 돌아온 건 정리해고”라며 “다른 사업장도 아니고 노동조합이 직원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이달 11일 노조를 상대로 부당해고 행정소송을 냈다.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던 이씨가 주한미군노조 왜관지부에 입사한 건 1997년이다. 지인의 소개로 사무보조원 면접을 봤고, 임금은 적지만 안정된 일자리라는 생각에 직장을 옮겼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에 채용됐으니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근무 첫 날부터 이런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이씨는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고, 지부장은 월급날이면 노조 통장에서 내 임금을 직접 인출해 사용하라고 지시해 제대로 된 임금명세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왜관지부 지부장 3명이 바뀌는 동안 이런 관행은 반복됐고, 이씨는 다른 조합원들처럼 자신도 주한미군노조의 정규직 직원인 줄 알고 18년을 근무했다. 10년전 지부장이 바뀐 이후 임금이 동결돼 지난해 12월 해고 직전까지 이씨가 받은 월급은 130만원에 불과했다. 채용 당시 지부장은 7일 이상의 연차휴가를 약속했지만 이씨는 이틀 넘게 여름휴가를 가본적이 없다. 2009년부터 시행된 기간제법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근로자의 정규직 채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앙노동위원회 심문에서 이씨를 변호했던 이영진 노무사는 “이씨가 4대보험에 가입돼 있었더라면 사용자가 본조 위원장인지, 왜관지부장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5인 이상 사업장 근무 여부가 규명됐을 텐데 그러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노조 중앙 집행기구인 본조는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지만 왜관지부는 별도 법인으로 등기되지 않아 사업주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씨가 4대보험에만 가입했다면 5인 이상 사업장 근무 근로자로 인정 받을 수 있었다는 게 이 노무사의 설명이다.
이씨는 “정부(노동위원회)가 1인 사업장으로 판정해 이런 부당한 대우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너무 억울하다. 복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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