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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참사 100일, 방향조차 잡지 못한 국가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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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참사 100일, 방향조차 잡지 못한 국가혁신

입력
2014.07.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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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4월 16일, 그 참혹한 광경을 지켜본 국민들은 탄식했다. 오보로 밝혀진 ‘전원구조’ 소식,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따른 승객들을 버려둔 채 도망한 선장과 선원들, 자력 탈출자 외에는 한 명도 구출하지 못한 무능한 해경, 무리한 증축과 과적을 눈감아준 해운비리…. 참사의 추악한 이면이 속속 드러나며 충격과 슬픔은 분노로 변했다.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정부는 갖가지 대책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100일, 대한민국호(號)는 참사 이전과는 다른 ‘안전한 나라’로 항해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니오’다. 순항은커녕 나아갈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다. 10명의 주검을 고집스레 그러안은 채 뻘 속에 처박혀 있는 세월호를 빼 닮았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며 약속한 ‘국가혁신’의 현주소다. 총리 후보자 2명이 자질 논란으로 낙마한 뒤 궁여지책으로 유임된 정홍원 총리가 ‘범국민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혔지만, 분과별 과제만 제시됐을 뿐 구성과 운영방식 등은 여전히 모호하다. 2기 내각 구성 과정에 되풀이된 청와대의 ‘외눈박이 인사’와 부실한 검증, 인사 실패를 애꿎은 인사청문회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는 대통령의 혁신 의지 자체를 의심하게 했다. 그 사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충돌,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강원 태백 열차 충돌 등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들이 이어졌다. ‘안전한 나라’는커녕 ‘사고 공화국’으로 불릴 판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도 심각하다. 유족들이 단식농성까지 하며 호소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의는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 부여 논란으로 공전하고 있다. 여당은 수사권 부여가 전례가 없고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특별검사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도 해경과 소방방재청 해체를 둘러싼 논란만 무성할 뿐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피아의 온상인 부정청탁 일소를 위한 일명 ‘김영란법’도 사소한 신경전에 발목 잡혀 표류하고 있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것은 검찰 수사다. 지금까지 총 331명을 입건해 139명을 구속했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고 원인 등이 상당부분 밝혀졌다. 하지만 해경의 구조 실패와 해피아 비리 수사는 별 진척이 없고, 떠들썩하게 진행돼 온 유병언 일가의 비리 수사도 유씨가 40일 이전에 이미 숨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망신만 사고 난관에 빠졌다.

대형 사고 때마다 냄비처럼 들끓다 어설프게 봉합하고 결국 다시 참사를 겪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혁신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하루속히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조사로도 풀지 못한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여당이 미적대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한 대통령이 나서 결단을 해야 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참사 100일을 맞아 어제 안산에서 서울광장까지 1박2일 도보 행진에 나섰다. “진실과 안전을 기약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행진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들의 호소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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