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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큰빗이끼벌레 실태 제대로 봐야

입력
2014.07.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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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가 논란이다. 해롭다, 아니다, 최근 나타났다, 오래 전부터 있었다, 더러운 곳에 산다, 깨끗한 곳에도 산다… 논란은 분분한데, 좀처럼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다. 일반의 궁금증도 풀어줄 겸 과거 연구자료와 논문을 찾고 도서관을 뒤졌다.

큰빗이끼벌레는 학명이 ‘Pectinatella magnifica’로 태형동물문-피후강 ?깃털이끼벌레목-빗이끼벌레과에 속하는 대형 무척추동물이다. 커다란 몸집과 우중충한 색깔, 낯선 촉감 등의 외관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태형동물(苔形動物), 이끼모양 동물이라는 한자이름처럼 개체가 모여 군체를 형성한다. 약 5억년 전 고생대 초 캄브리아기에 지구상에 나타났다. 8,000여 종이 전 세계에 분포한다. 대부분 바다에 살지만, 큰빗이끼벌레를 포함한 약 50여종은 민물에 산다. 바다 태형동물은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민물종인 큰빗이끼벌레는 독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군체의 성분은 99.6%가 물이고, 0.3%만이 유기질로 구성돼 있다.

큰빗이끼벌레의 개별종, 즉 개체는 크기가 1㎜ 정도다. 군집형태를 이뤄 수초, 바위 등에 붙어 살아간다. 즉, 눈으로 보이는 커다란 큰빗이끼벌레는 실제 수천 내지 수만 마리가 합쳐져 덩어리를 이룬 것이다. 조류나 원생동물, 세균, 동물 플랑크톤, 유기물 조각 등을 먹이로 한다. 먹이가 풍부한 정체수역에서 증식이 활발하고, 수질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오히려 살지 못하는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수중식물의 녹색 부분에는 절대 부착하지 않으며 어망, 양식장 시설물, 바위 등에 붙어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종으로 국내에는 1990년대 초 수입 물고기에 붙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댐의 내수면 양식장에 많이 서식한다. 2005년 교육부에서 발행한 ‘태형동물 도감’에서도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등에 이미 이 종이 서식 중인 것이 확인된다.

큰빗이끼벌레는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에서는 이 종의 출현으로 수질이 좋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이 종들이 대부분 여과성 섭식(filter feeding)을 하기 때문인데, 수질을 나타내는 투명판도(secchi disk) 측정으로 수질개선 결과를 보여줬다. 국제태형동물학회(IBA)의 차기 회장인 미국 오하이오주 라이트주립대의 티모시 우드 교수의 연구도 이 종이 수질 오염과는 무관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의 ‘댐 저수지 수중 생태계 변화에 관한 연구(1995~97)’에서도 수질오염이 민물 태형동물의 발생원인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종의 개체수가 늘어난 지역 조류(藻類ㆍAlgae)의 종 구성이 녹조류 중심으로 변한다는 외국논문도 있다.

이런 연구결과를 볼 때 큰빗이끼벌레가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근의 개체수 증가는 수질오염보다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강수량의 영향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을 불안해한다. 4대강 사업 이후 이 동물이 많이 관찰된다는 보도 등으로 수질오염과 위해성 여부, 먹는 물에 대한 영향 등을 고민하게 됐기 때문이다. 수질관리를 총괄하는 환경부와 4대강의 보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큰빗이끼벌레의 대량발생 원인, 개체수 증가가 하천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국민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관련 종의 생리, 생태 등에 대한 연구 역시 박차를 가해야 한다.

외래종 동식물은 초기 단계에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 등이 좋은 예다. 사회적인 문제가 됐지만, 관련 연구가 미흡하고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논란이 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 문제가 이런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강과 호수, 물에 대한 불신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깊이 있는 연구를 즉각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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