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23일 한 자리에 모여 ‘수도권 정책협의회’를 꾸리기로 했다. 그러나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치와 쓰레기 매립지 문제 등 얽혀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첫 만남부터 미묘한 차이를 보여 협의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수도권 3개 시ㆍ도지사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안전ㆍ경제ㆍ교통ㆍ주거ㆍ환경 등 공통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회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상ㆍ하반기로 나눠 1년에 두 차례 정례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의제는 3개 시ㆍ도 행정부시장(부지사)들간 실무협의를 통해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종 현안에 대한 접근법은 시작부터 갈렸다. 지난 16일 입석금지 조치로 서울 출퇴근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광역버스 문제서부터 시각차를 드러냈다.
하루 수백 명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안전이 우선이지만, 도민들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서울과 인천이 힘을 합하자”고 제안했다. 남 도지사는 전날 서울시와 아무런 협의 없이 다음달 중순부터 버스 50~100대를 추가 증차하겠다는 입석금지 단기 처방을 내놨다. 남 도지사의 발언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 경기도민 모두가 서울시민”이라면서도 “광역버스 노선조정과 환승센터 설치를 통합적으로 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도심 교통정체가 골치인 서울시는 경기도의 증차 요구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서울시는 외곽에 환승센터와 환승터미널을 만들어 이용객을 지하철 등으로 유도하고 버스 진입은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증차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노선을 보고 결정할 일이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수도권매립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의 처지가 역전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에 대한 박 시장의 구애가 시작된 것이다. 박 시장은 이어진 비공개 오찬에서 “쓰레기 문제는 다음에 논의하자”고 사안의 중대성을 주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시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시와 환경부가 931억원을 들여 1,540만㎡ 규모로 건립, 1992년부터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해왔다. 제1매립장은 2000년 매립이 끝났으며, 매립이 55% 가량 진행된 제2매립장은 2016년 사용이 종료된다. 당장 대체 매립지가 없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2044년까지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인천시는 쓰레기 악취 등으로 인천시민의 피해가 크다며 부정적이다. 유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매립지를 2016년 종료해 주민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유 시장은 이날 발등에 떨어진 과제인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서울시와 경기도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박 시장과 남 지사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대규모 국제행사나 체육행사를 유치할 때도 3개 시ㆍ도가 공동으로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숙박시설, 경기장 확보 문제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인프라를 활용하기로 했다.
시도지사들은 협력의 의미로 세 명이 함께 2인3각 달리기를 하는 캐리커처를 선물로 나눠 가졌고,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도 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다음달 각 시ㆍ도의 현안을 모아 9월 실무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시ㆍ도지사가 다시 만나는 정책협의회는 10월이나 돼야 열린다.
서울시 주용태 정책기획관은 “광역버스 입석금지 등 교통 분야부터 본격적으로 실무 논의를 할 것”이라며 “시급한 현안이 있으면 정례회와는 별도로 수시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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