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신호 확인 못하고 운행" 관광열차 기관사 실수 인정
1인 승무제 안전성 논란 일어
강원 태백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사고 원인에 대해 정차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관광열차 기관사의 실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를 낸 관광열차는 보조 기관사 없이 기관사 홀로 운전한 차량으로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1인 승무제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지난 22일 오후 5시 50분쯤 태백 철암역을 떠나 서울로 가던 관광열차가 교행과정에서 문곡역에서 신호대기 후 출발해야 하지만, 기관사가 관제센터의 정차신호를 무시하고 운행하다 철로에 서 있던 청량리발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와 정면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미 선로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충돌 당시 관광열차의 자동제동장치(ATS)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 것도 국토부가 사고원인을 과실로 보는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광열차가 신호기 전방의 센서를 통과할 때 경보음이 울렸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기관사가 자동제동장치를 해제하고 열차를 세우지 않아 무궁화호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관사가 문곡역 교행 지시를 태백역 교행으로 변경된 것으로 착각, 운행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기관사 신모(49)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기 신호를 보지 못하고 운행했다”고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기관사 과실이나 신호체계 이상 여부, 관제사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관사 1명이 홀로 운행하는 ‘1인 승무 열차’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 홀로 운행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자칫 실수나 착각을 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강원 영동선의 경우 시야가 좁고 굽이진 산악구간으로 기관사의 피로도가 높은 구간이다. 코레일은 2011년 10월부터 사고가 난 영동선에 1인 승무를 도입했다. 철도노조는 “이번 사고는 안전을 등한시 한 채 효율성만을 따지다 벌어진 참사”라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사장 개인의 치적 쌓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1인 승무를 강행한 철도공사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태백=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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