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부터 고기, 채소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생선은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삼겹살 역시 모돈(어미돼지)감축에 따른 사육두수 감소와 돼지 설사병 유행으로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채소 역시 폭염과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급등하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유통업계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멸치 어획량은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인 6만1,000톤에 불과하다. 정부는 일단 멸치 어종 보호 차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7월 한 달간 서해안의 멸치 조업을 금지했다. 통상 멸치 금어기는 4∼6월이지만 7월 말까지 어획을 중단키로 한 것은 크기가 작은 세멸치, 자멸치 자원을 보호해 전체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이달 멸치잡이가 중단된 서해에서는 큰 멸치보다 비싸게 유통되는 작은 멸치를 잡기 위해 불법 조업을 하다가 적발되는 등 ‘멸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7월 건 대멸치(1.5㎏)의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오른 상황. 롯데마트는 이 같은 고가 멸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대형 선단과의 직거래로 유통 단계를 축소했다.
원가를 대폭 절감해 멸치(통영 선단 직거래 국물용 멸치)를 시세보다 15%가량 저렴한 6,900원(사진)에 선보이고 있다.
고등어 역시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고등어 어획량은 약 812톤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078톤 줄었다. 이로 인해 고등어 평균 가격(1㎏)도 지난 해보다 46%가량 오른 상황이다.
삼겹살도 금겹살이 된 지 오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산 냉장삼겹살(중품)의 전국 평균가격은 22일 현재 100g당 2,184원으로 올해 1월)보다 35.7% 올랐다. 그러다보니 대형마트에서는 수입 돼지고기 매출이 늘어나는 한편 암퇘지만 선별해 판매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달 1일∼21일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심의 매출 조사 결과, 올해 초 4.7%였던수입산 매출 비중이 33.8%로 늘었다. 홈플러스는 이달 24∼30일 137개 점포(전 점포 중 서귀포점·고양터미널점 제외)에서 수입 냉동삼겹살(1kg)을 7,8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행사 상품인 수입 냉동삼겹살 가격은 100g당 780원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나 종가집 포기김치보다 단위 가격이 싸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마트에서는 지난 16일까지 2,000두 규모의 국내산 암퇘지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불황 속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상기후와 사육두수 감소 등으로 인해 물가가 치솟고 있어 유통단계를 최소화하거나 고랭지채소, 암퇘지 등 차별화 한 제품으로 가격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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