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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제재 수위 못 높이고 내분만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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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제재 수위 못 높이고 내분만 심화

입력
2014.07.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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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가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미사일에 맞은 뒤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한 가운데, 구조요원 등이 사고현장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가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미사일에 맞은 뒤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한 가운데, 구조요원 등이 사고현장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책임자들을 제재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원국간 이해가 달라 경제 제재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서로 원색 비난만 쏟아내 오히려 내분만 불거지는 모습이다.

프란스 팀머만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가 끝난 뒤 “EU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한 일에 책임 있는 러시아 관리들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자산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크)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에 공급한 러시아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팀머만스 장관은 새로운 제재 대상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24일 논의한다고 밝혔다. EU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2단계 제재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 72명과 크림반도 2개 에너지 기업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 여러 회원국 장관은 우크라이나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를 겨냥해 무기 금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견이 있어 바로 추가 제재를 하거나 경제 제재까지 합의하지는 못했다.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밀접한 프랑스와 독일이 부정적이었던 영향이 컸다.

회원국 간 감정의 골은 더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가 러시아에 12억유로(1조6,600억원)어치 상륙함을 수출하는 문제에 대해 집권 사회당 당수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는 프랑스 TV에서 “위선자들이 주도하는 거짓된 토론”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러시아에 상륙함을 수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해온 영국을 비판한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이 러시아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한 최후통첩성 논리를 제시하며 협박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면서 “서방은 인종적, 문화ㆍ역사적으로 러시아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동부)주민들 일부를 학살하는 것을 허용하든지 아니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했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우크라이나 분쟁해소를 위해)동남부 분리주의 세력에 러시아의 영향력을 사용하겠지만 사건 조사가 될 수 있도록 최소한 단기간만이라도 휴전할 것을 촉구한다”며 사건 해결에 협력할 뜻도 재차 밝혔다.

한편 반군이 국제조사단에 인계한 말레이시아항공 탑승자 시신의 수가 애초 발표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반군들은 애초 28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주장했으나 네덜란드 법의학팀은 “확인된 시신이 200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항공사고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반군이 현장을 통제하면서 시신과 물증 등의 증거 보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은 최소한 두 곳에서 시신들을 목격했다며 “수습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감시가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켜 “범죄 뒤에 대규모 증거 인멸과 은폐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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