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24일 방송분으로 800회를 맞는다. 3,000건 이상의 사연과,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진행자들이 16년 장수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것이다. 22일 서울 목동 SBS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마친 뒤 진행자 임성훈(64)과 박소현(43), 이윤아(30) 아나운서, 개그맨 변기수(35) 그리고 제작진은 800회 자축연을 가졌다. 신용환 교양국장은 “첫 회 방송 때는 이처럼 화려하게 시작하지 못했다”며 “‘세상에 이런 일이’가 장수 프로그램이 된 것은 시청자의 호응과 진행자 4명의 노력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30분 남짓 진행된 이날 행사를 보며 “1,000회는 이미 예정된 것”이라는 신 국장의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막장코드’ 없이도 시청자 사로잡은 사연 총집합
‘세상에 이런 일이’는 1998년 5월 6일 가정의 달 특집으로 파일럿 방송을 시작했다. 6㎜ 카메라 제작 시스템을 이용해 지금까지 2,500명이 넘는 주인공들을 담아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주인공이 됐다. 1999년 한 시간 특집으로 방영된 ‘누렁이 구조작전’은 올가미에 목이 뚫려 죽음에 내몰린 유기견 누렁이를 구하기 위해 200명이 구조하는 모습을 그렸다. 사람을 극도로 피하던 누렁이가 다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메시지가 깊었고 그 결과 이듬해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2002년 소개된 ‘맨발의 기봉이’는 지체 장애를 가진 효자 기봉씨의 사연으로, 영화로 제작돼 더 깊은 감동을 전했다. 불법 시술 등으로 성형 중독에 빠진 ‘선풍기 아주머니’(2006), 동물원에서 탈출한 원숭이 사건을 담은 ‘부산원숭이’(1999) 등은 ‘세상에 이런 일이’가 전한 대표 사연이다.
요가 하는 8개월 시은이부터 113세 한국 최고령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이야기를 담아서인지 ‘세상에 이런 일이’는 유독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으며 10%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했다. 진행자 임성훈은 “시청자가 같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며 “고령화 시대에 맞춰 노년층이 공감하는 방송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16년 간 변함없이 자리 지킨 진행자
“16년 간 제대로 휴가를 다녀온 적이 없어요.” 박소현의 말이다. 임성훈 역시 “휴가를 간다는 사람을 보면 신기할 정도”라며 동의했다.
같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역시 22년 된 장수 프로그램이지만 진행자가 여섯 번 바뀌었다. 반면 ‘세상에 이런 일이’의 진행자 임성훈과 박소현은 16년 동안 한 회도 빠지지 않았다. 신 국장은 “두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브랜드화한 아이콘”이라고 말했다.
임성훈은 “진행자에게 프로그램이 장수하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다”며 “예전에 ‘가요톱텐’을 11년 이상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제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가장 오래 진행한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20대 후반에 방송을 시작한 박소현은 “막장 드라마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소소한 감동과 진정성을 전한 게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프로를 오래 진행하다 보면 위기의 순간을 맞을 법도 하다. 그러나 임성훈은 “한 프로그램을 장기간 방송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시청자의 반응을 접하고 사람들과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실증이라는 걸 느낄 틈이 없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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