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의 뒤를 종종거리며 따라가는 저 녀석은 사자의 탈을 쓴 강아지다. 22일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 한 서커스단이 무료 공연을 펼치는 중인데, 말이 공연이지 사실은 시위다. 저 강아지는 지금 패러디 시위를 하고 있는 거다.
지난 달 멕시코시티 시의회가 야생동물의 서커스 출연금지법을 통과시켰고, 내년 6월부턴 서커스에 개와 말 이외의 동물은 못 나오게 된 것이다. 서커스단의 반발은 거세다. 야생동물 위하다가 도시의 서커스단 전체가 고사하게 생겼다는 항변이다.
사자가 된 저 강아지는 그러니까, 관객을 웃기되 박장대소가 아니라 실소하게 해야 한다는 무겁고 난해한 사명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이 더위에 저 털옷을 겹쳐 입고. 강아지를 돕자면 안 웃어야 하는데…, 그런데 너무 귀엽다.
가뜩이나 한 쪽 편 들기 어려운 문제가 더 어려워졌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