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고 어느 시에서 노래했는데, 바야흐로 슬픔이 범람하는 시절인 것 같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고 100일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바다 밑에 수장된 채 햇볕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가 있다. 얼마 전에는 세월호 관련 임무를 수행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다섯 명의 귀한 인명이 희생됐다. 마음이 아프다.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말레이시아 소속 민간 여객기가 미사일 공격을 받고 피격되어 수백명의 인명이 일순간 삶을 마쳤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으로 어린아이를 포함한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죽었다. 이처럼 나라 안팎으로 분란도 많고 사고도 많다. 신문에 실린, 순직한 동료 소방관의 영결식장에서 오열하는 소방관의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내 눈시울도 어느 사이 젖는다. 그래 슬픔을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하리라. 그런데 말이다. 그게 가능하기만 하다면 새로 들어오는 슬픔이 묵은 슬픔을 밀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 슬픔이 다른 슬픔을 이기고, 우리가 모두 다른 이의 고통과 슬픔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조금씩만 나누어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슬픔을 나누어 갖는 것은 말로 가능한 게 아닐 것이다. 그건 마음으로 감싸는 것이리라. 묵은 슬픔을 밀어내는 새 슬픔을, 우리 모두의 가슴으로, 두 팔 벌려 받아내자. 그게 슬픔에 대한 예의일 테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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