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개 법인 '고무줄 감정 평가' / 국토부, 내일 감정평가사 징계위
감정법인 "한국감정원 평가도 부실, 감정원 주도권 위해 국토부가 무리수,
법인 징계 땐 행정소송 등 강력대응"
이른바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을 빚은 서울 한남동의 민간 임대아파트 ‘한남더힐’ 감정평가 사고와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감정평가법인의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4일 국토부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평가에 참여한 감정평가사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하기로 한 데 이어, 유례없이 소속 감정평가법인에 대한 징계도 실시하기로 했기 때문. 법인들은 행정소송 등 강력 대응방침을 밝혀 양측 간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2일 국토부 및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말 한남더힐의 감정평가를 담당한 4개법인(나라ㆍ제일ㆍ미래새한ㆍ대한)에 대해 부실감정에 따른 징계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특히 오는 24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 해당 평가를 했던 감정평가사에 대한 징계수준을 정하는 데 이어, 이들이 속한 법인까지 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남더힐은 강북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옆 옛 단국대 부지 11만㎡에 세워진 주택으로, 2009년 청약 당시 연예인 부유층이 몰려 경쟁률이 최대 51대 1, 임대 보증금이 최대 25억원에 달했을 정도로 최고급 임대아파트로 화제가 됐다.
문제의 발단은 한남더힐이 분양전환을 추진하던 지난해 7월부터다. 임대아파트는 입주자 동의가 있으면 의무임대기간(5년)의 절반을 넘긴 후 분양이 가능한데, 시행사와 입주자 측이 각각 평가한 금액의 평균을 분양가로 삼는다. 당시 세입자들은 나라ㆍ제일 법인, 시행사인 한스자람은 미래새한ㆍ대한 법인에 각각 감정을 맡겼고, 그 결과 평가액은 평당 최대 2.7배(3.3㎡ 기준 세입자측 2,904만원, 시행사측 7,944만원) 차이가 났다.
유례없는 격차에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산하 기관인 한국감정원을 통해 타당성 조사를 벌여 법인 4곳 모두에 ‘부적정’ 판정을 내렸고, 이후 한남더힐을 부실감정의 대표사례로 간주해 법인에 대한 업무 감사는 물론, 관련 대책반을 만들어 오는 8월까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정평가업계는 국토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국감정원의 평가에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한남더힐의 평가 총액(600가구)은 1조6,800억~1조9,800억원으로 세입자 측 1조1,699억원, 시행사 측 2조5,512억원의 중간 수준. 이에 대해 한국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감정원 평가 가격과 감정원이 직접 산정한 올 1월 공동주책 공시가격이 최대 2배 차이가 난다. 이 역시 부실평가다” 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출자기관인 감정원과 민간 평가법인들이 입찰경쟁을 벌이는 만큼, 감정원이 시장의 주도권을 갖도록 국토부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국토부가 ‘감정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감정원에 관리ㆍ감독 기능은 물론 공공기관의 담보평가 업무를 주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그간 감정평가 결과를 놓고 법인까지 징계한 경우는 전례가 없었던 데다, 징계 시 거래선이 한번에 끊겨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업계 특성도 거센 반발을 야기하는 이유다.
때문에 업계의 시선은 24일 열리는 감정평가사 징계위원회에 쏠려 있다. 평가사 개인에 대한 징계수위에 따라 법인 징계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 한 평가법인 관계자는 “이번 위원회에서 ‘경고’ 등 낮은 수준의 징계가 나오면 법인 징계를 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은 있다”면서도 “추후 법인 징계로 가닥이 잡힐 경우, 행정처분 취소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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